마포 오피스텔 살인 사건 피의자들 가해 정황 드러나

피의자 서울서 폭행당한 흔적에 부친이 대구 달성서 신고

피해자 부친은 2차례에 걸쳐 아들에 대한 가출 신고

경찰 “특가법상 보복범죄의 가중처벌 적용 여부 검토”

서울 서부지법에 들어서는 마포 오피스텔 사망사건 피의자 모습[연합]
서울 서부지법에 들어서는 마포 오피스텔 사망사건 피의자 모습[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이 피해자로부터 상해죄로 고소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고소에 앙심을 품고 지방에 있던 피해자를 3월31일 서울로 데려와 강압적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지난 4월 17일 피해자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는 통화를 할 때도 피해자 옆에 있으면서 ‘지방에 있다’고 말하라고 하거나 지난달 3일 두 번째 전화에서는 전화를 못 받게 하는 등 여러 상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피의자들은 또 피해자에게 수백만원대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이 피해자에게 일용직 물류 일을 강요하고,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 소액대출이나 대부업체 대출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사망 전 상황과 범행 동기, 추가 범행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3대와 피해자 휴대전화 2대를 포렌식했다. 또 사건 발생 및 관련 장소의 폐쇄회로(CC)TV와 통화내용, 계좌거래 내역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피의자들과 서울에서 함께 지내던 피해자가 서울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된 상태에서 경찰관이 피해자 몸에서 폭행 흔적을 확인했다. 당시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폭행 흔적을 확인한 경찰관이 지방에 있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연락해 인계했다.

피해자는 아버지와 함께 11월 8일 대구 달성경찰서를 찾아 피의자 김모(20) 씨와 안모(20) 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달성서는 같은 달 22일 피해자 조사를 실시하고, 나흘 뒤 사건을 피의자들의 주거지가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했다.

영등포서는 올해 1월 24일 피의자들을 상대로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 피의자들은 3월 말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온 뒤 피해자가 사망한 이달 13일까지 가둬둔 채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1일 사건 발생지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으로 이사할 때는 피해자가 혼자서 제대로 걷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애초 피의자들은 학대 범행 동기를 채무 관계라고 했으나 피해자와 채무 관계는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가 지난해 10월 17일에 이어 올해 4월 30일 대구 달성서에 2차례 걸쳐 아들에 대한 가출신고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결국 이달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와 안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후 피해자가 영양실조에 저체중 상태였고, 몸에는 결박된 채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들의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경찰은 특가법상의 보복범죄의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할지도 검토 중이다. 형법상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특가법상 보복범죄의 가중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