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을 넘어서는 기간 중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던 ‘만성적인 저성장·저물가 현상’의 위력이 빠르게 감소하는 중이다. 금융시장의 환경이 이렇게 변화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오랜동안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던 경기민감업종 및 금융업종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전통산업의 영역에서는 미국 기업들 못지 않은 지배력을 보유한 유럽의 대형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시장 대비 선진유럽시장을 차별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업종구성에 있다. 선진유럽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들은 금융 및 산업재, 대형제약, 소비재, 소재 등 전통산업들이다.
선진유럽시장이 ‘혁신기업’의 영역에서는 미국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IT업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며, 특히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대형 기업들이 선진유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수 년간 선진유럽시장의 성과가 미국시장 대비 매우 초라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강력한 브랜드를 기반하는 한 ‘명품기업’의 분야라면 유럽기업들도 미국기업 대비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커피브랜드로 유명한 스위스의 네슬레(NESTLE), 고급소비재의 대명사로 통한 프랑스의 루이뷔통(LVMH), 코로나19 백신으로 더 알려진 대형 제약사들, 자동차부분에서는 누구도 못 따라올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 등은 모두 선진유럽시장을 대표하는 명품기업들이다.
유럽시장이 가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매력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이다. 특히, 금리상승의 위협이 강해질수록 유럽시장이 보유한 밸류에이션의 매력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선진유럽시장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로는‘ Vanguard FTSE Europe ETF(VGK US)’를 들 수 있다. 영국 및 프랑스 등 유로존 이외의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어 선진유럽시장의 기업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ETF라고 할 만하다. 투자하는 종목의 수도 1300개를 넘어 분산투자의 수준도 충분하며, 유동성 또한 부족하지 않다. 미국 성장주에 과도하게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분산투자의 차원에서 VGK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