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5월 -0.3%에 대해 기저효과…“체감 물가 심각한 수준”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최근 국제 유가 및 식량지수 급등으로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모두 크게 뛰면서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석유·원자재·곡물 등의 일시적 공급 부족과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 번 오른 상품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서민들에게 고통이며, 이자를 밀어올리고 실질 소득을 낮춰 생활고를 가중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의 버블은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8년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4일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보다 2.6% 뛰어 9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2.3%)에 이어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범위(2%)를 넘었다.
정부는 물가가 2%대 중반으로 치솟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5월 -0.3%라는 저물가의 기저효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가는 통상 작년 동기 대비를 주 지표로 보는데 작년 5월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가가 가장 낮은 시점이었다. 기저효과를 배제하고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월 대비로 보면 상승률은 0.1%로 나타난다. 물가 흐름으로 보면 4월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반기로 접어들면 물가 상승 속도가 서서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지만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며 9월에는 1.0%까지 올라갔다. 이는 기저효과 요인의 소멸을 의미한다.
물가 급등의 한 축인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는 수확기 도래와 산란계 회복 등으로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다른 축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추가 상승 여지가 크지는 않다고 보는 견해가 더 많다.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최근 예측했다. 상반기에 1.7%를 기록한 이후 하반기에 2.0%로 다소 높아진다는 가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7%로 보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반면, 세계은행(WB)은 글로벌 경제 회복 추세에 빠르게 반응하여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의 경우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WB는 지적했다. 올해 국제유가는 작년 대비 50.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대비 42.2%포인트나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인플레 조짐으로 당장 서민들의 고통은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려는 상당하다”면서 “특히 식료품 가격 등이 엄청나게 올라 체감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