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징계 확정시 형평성 문제
금융당국, 법원판결로 명분쌓기
라임 사태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을 묻는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안고 가야 하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행정소송 결과가 금융당국 판단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린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결정한 제재는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되는 구조다. 통상 금감원 결정에서 금융위 최종 의결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이번 라임 건은 6개월이 지나고 있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제재 회사가 다수이고, 법리 검토를 할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법률 검토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할 기회도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 결론을 그대로 의결할 경우 부담이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한 기관 징계와 별도로 전·현직 CEO에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한 것에 해당 증권사 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원의 판결에 의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어떠한 결론을 내리든 업계에 미칠 파장을 감당해야 한다”며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금융위가 최종 의결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은행권 징계안이 감경된 것도 이번 증권사 징계안을 확정하는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CEO만 중징계하면 은행권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으로서는 최종 징계 결정에 앞서 충분한 명분쌓기가 절실한 상황이고, 행정소송 결과가 그 명분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DLF사태로 인해 문책경고가 확정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결과는 7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