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비율이라면 국내 환자는 5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등록 환자수는 10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일랜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치료하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4년 후 기능과 증상은 크게 악화된다.
정신의학자이자 조현병 연구의 대가 E.풀러 토리가 쓴 ‘조현병의 모든 것’은 1983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 지금까지 7판을 거듭한 조현병 최고 지침서로 꼽힌다.
평생을 조현병 연구에 바친 토리는 35년간 수백 명의 환자를 상담한 사례와 뇌과학, 인지과학, 생물학이 밝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책의 원제는 ‘조현병에서 생존하기’. 조현병에 걸린 여동생을 둔 환자 가족이기도 한 저자는 ‘입원 치료와 좋은 의사 찾는 법’‘향정신병약물의 종류와 구체적인 치료 계획’‘환자와 가족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와 생존전략’ 둥 환자와 가족에게 실제 도움이 될 방법들을 조목조목 알기쉽게 소개해 놓았다.
저자는 조현병의 경우 “환자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사실이 조현병을 그 만큼 더 큰 재앙으로 만든다”며, “뇌가 우리에게 장난을 걸어오기 시작한다면(…),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사라진다면, 논리적 사고 능력이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현병의 초기단계는 감각변화다. 시지각과 청각 등에 변화가 오고 예민해진 감각으로 감각 자극들이 흘러넘치게 된다. 근본적 결함은 자극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의 상실이다. 그 결과, 위축되고 대인관계가 어려워진다. 망상과 환각도 대표적 증상이다. 이런 증상들은 구석에 웅크리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 책의 또 다른 차별성은 조현병 환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 내부의 세계에 주목한 점이다. 토리는 아동기 트라우마가 조현병을 일으킨다거나 나쁜 가족 또는 나쁜 문화가 조현병 발병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라며 정면 반박한다.
유전자로 인한 발병, 감염, 신경전달물질과의 연관성 등 다양한 원인을 일일이 소개하며,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4분의 3이 17~25세에 발병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조현병은 당뇨병처럼 완치는 어렵지만 관리가능한 병임을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 조현병의 모든 것/E.풀러 토리 지음,정지인 옮김, 권주수 감수/푸른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