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유치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L양(25)은 요즘 죽을 맛이다. 2주 전부터 몸에 기운이 없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환절기인데다 지난달 한꺼번에 몰린 여러 가지 행사 준비로 야근을 많이 한 탓에 몸살이 걸린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부터는 음부가 가렵고, 심지어 따갑기까지 했다. 산부인과를 찾은 L양은 성병의 일종인 2형 헤르페스로 진단받았다.

현재 국내에서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성병으로는 에이즈, 매독, 임질, 요도염, 곤지름, 헤르페스, 클라미디아 등 다양하다. 이들은 주로 성적 접촉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통틀어 일명 ‘성인성 질환’이라 불린다.

이들 중 특히 헤르페스, 곤지름, 클라미디아, 매독 등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걸리는 것으로 알져져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헤르페스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전체 성병 환자는 1999년 24만5713명에서 2007년 33만6298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헤르페스 환자는 2만4401명에서 2007년 9만4259명으로 약 3.8배나 급증했다. 특히 여성은 8년간 무려 5.5배나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헤르페스 환자 수는 66만여명이었다. 2007년과 비교할 때 7배나 늘어난 셈이다. 여성이 39만5,000여명으로 남성 27만여명보다 많았다.

헤르페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배꼽을 기준으로 위쪽에 발생하는 1형과 배꼽 아래쪽에 발생하는 2형으로 구분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부가 따끔거리다 빨간 발진이 생기고 수포(물집)가 포도송이처럼 무리지어 나타난다. 1형은 초기 감염 시 구내염과 인후두염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재발하는 경우에는 주로 입술 등에 물집이 생긴다. 2형 헤르페스는 외부 성기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 등 증상이 수반된다. 여성은 질 안쪽에 발병할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산부인과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리즈산부인과 권소영 원장은 “헤르페스는 감염 시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신경세포 속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발병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으로 잠복기간은 바이러스 침입 후 약 2~10일 정도인데, 이때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는 환자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각신경을 타고 다른 점막 부위로 이동해 병변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1형 헤르페스는 일반적으로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하지만 2형 헤르페스는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심해지면 물집이 터지고 염증이 생기며 극심한 통증이 수반된다. . 외음부에 생긴 헤르페스의 경우에는 위치상 마찰이 많은 부분이고, 화장실을 갈 때마다 병변에 통증이 발생하여 일상 생활에 고통을 준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제의 경구투여와 연고로 대부분 충분하며, 심한 경우에는 정맥주사도 사용한다.

만약 산모가 헤르페스에 걸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태아에 수직감염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2~3주 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안구·피부·점막병변을 일으키고 중추신경에도 영향을 끼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출산 전에 반드시 검사를 통해 헤르페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권소영 원장은 “헤르페스는 여러 성병 중에서도 특히 증상이 적거나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보균자인지 모르고 상대를 감염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점이 최근 헤르페스 환자 수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며 “헤르페스를 비롯한 성병들은 조기 발견 시 치료가 매우 간단하다는 점을 유념하고 성병이 의심될 경우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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