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행사에 근무하면서 보고 겪는 가장 불편한 일은 광고주의 태도이다. 광고주님을 '주님'이라 칭하며, 고객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요구에 맞춰주는 대행사도 문제지만, 돈 주고 시키는 일이니 내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지 하며 부당한 요구를 당당하게 하거나 대행사를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광고주들은 더 문제이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백그라운드가, 회사가 쓰고 있는 돈이 곧 나의 힘이 아닐 질데, 가끔 사람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갑'은 평생 '갑'일 줄 알고 내가 속한 회사의 힘 때문에 사람들이 나에게 보인 로열티와 칭찬 세례를 내 실력으로 안다. 그래서 많은 대기업 부장, 상무등 임원급들이 관련 창업을 했다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평생 직장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IT만큼 그 말이 들어 맞는 업계도 없을 것이다. 어제의 광고주가 오늘의 대행사로 어제의 '을'이 오늘의 '갑'이 된 스토리는 너무도 많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속절없이 무너진다.
기업 가치가 10조원이 넘는 우버, 에어비엔비의 등장 이면에서는 피처폰 시대를 풍미했던 회사들이 최근 하나 둘 폐업을 준비 중이고 불과 몇 년 전 세계 최고 게임사를 꿈꾸던 징가도 직원의 20%를 솎아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광고주로만 일 하다 보면 실무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진행돼 가는지를 보는 것과 실제로 진행을 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이다.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만 시장 트렌드와 광고 실무에 대해서는 수많은 광고를 직접 진행하는 대행사가 전문가 일수 있다.
단순히 내가 혹은 회사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의 성공적 론칭을 위해서도 광고 대행사의 의견은 존중 돼야 한다. 광고 대행사는 단순히 귀찮은 일을 돈 받고 대행해 주는 사람이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광고 시장에 대해 자문을 줄 전문 컨설턴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권력에 도취되어 상대방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모두 완성의 과정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모두 미생(未生), 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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