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 과잉규제 지적
국회의원·장관·개발 공무원 투기, 하위 공무원과 일반 국민에게 떠넘겨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라’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이 발표되자 나온 우려의 목소리다. 개발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배만 불린 고위 공직자들과 공기업 직원의 투기로 촉발된 소위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의 해법이 하위 공무원과 일반 국민들을 쥐어 짜는 것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거대 여당은 보궐 선거를 앞둔 보여 주기식 정치적 과잉 행보, 정부는 LH사태를 역이용해 주택에 이어 토지까지 부동산 거래를 옥죄려는 과잉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29일 발표한 투기 방지대책에서 재산등록 대상을 9급 모든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까지 확대하고, 토지 양도세율도 20%포인트 더 올렸다. 아울러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과 토지거래 시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당장 하위 공무원들이 반발했다. 고위 공무원들이 사고 치고, 책임은 서민층 하위 공무원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공무원 노조는 “새내기 공무원에게 범죄 집단의 굴레를 씌운다”며 참담하다고 했다.
현실 가능성도 의문이다. 2019년말 기준 111만명인 국가 및 지방직 공무원, 41만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직원까지 152만명의 부동산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인다. 여기에 이들의 가족까지 더하면 전 국민 약 10%의 개인정보가 일방적으로 권력 기관의 손에 들어가는 셈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도 슬쩍 끼워 넣었다. 이는 정부가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전 국민의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는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금 인상과 거래 제한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정작 이번에 문제가 된 투기 대상은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일반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더 규제하는 꼴이다. 과잉규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과 비정상화도 큰 문제다.
실제 시장에서는 토지 양도세율 인상과 비주택 부동산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할 경우, 일반인들의 토지와 농지 구매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몇 십평의 주말체험 농장조차 힘들어진다. 이는 역으로 토지 처분을 원하는 농민, 그리고 상속인들이 자칫 헐값에 땅과 주택을 외국인이나 외지인에게 처분해야만 하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를 억제하자는 건 좋은데, 이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자칫 전 국민의 부동산 감시원이 되고,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아 시장만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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