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박혜림 기자]정부는 성폭력을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성폭력 관련 통계는 갈수록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만 보자면 실제 성폭력이 근절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성폭력 친고죄 폐지와 적극적 수사로 감춰져 있던 ‘암수’가 드러나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0년 2만375건, 2011년 2만1912건, 2012년 2만2933건, 지난해 2만8786건으로 증가세다. 올 들어 9월까지만도 2만2211건으로 기록했다. 검거 건수 역시 늘고 있다. 2010년 1만8065건에서 2011년 1만8499건, 2012년 1만938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2만5591건으로, 전년대비 32%나 늘어 같은 기간 성폭력 발생건수 증가율 25.5%를 웃돌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검거실적은 성폭력전담수사팀, 형사 등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성폭력 범죄에 엄정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성폭력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사라지며 성폭력 발생 수는 증가했다. 지난해 6월19일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며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성폭력 범죄를 인지하면 수사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검거 유형에서도 확인된다. 2012년 성폭력으로 검거된 2만2933명 가운데 피해자 신고나 고소에 의한 건은 1만5294건으로 66%, 인지 수사는 3715건으로 16.2%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지수사는 8118건으로 전년대비 118.5%나 급증했다. 경찰 측은 “성폭력 범죄는 피해를 겪고도 신고를 망설여 드러나지 않는 암수가 많다. 경찰의 인지수사로 암수가 많이 양성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인지수사는 7419건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성폭력 범죄자 현행범 체포 비율 역시 2012년 17.1%에서 지난해 17.6%, 올 들어 9월까지 19.3%를 차지해 현장 대응태세가 강화된 면모를 보였다.

반면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신고나 고소에 의한 검거 비율은 2012년 66%.7%에서 지난해 54.2%, 올 들어 9월까지 47.3%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성폭력 범죄 유형별로도 경찰의 적극적 인지 수사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의 경우 2012년 2042건에서 지난해 4380건으로 검거 건수가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의 경우 2012년 763건에서 지난해 1281건으로 급증했다. 여자 화장실 등에 성적 목적으로 침입하다 검거된 건수 역시 지난해 170건에서 올 들어 9월까지 339건 증가했다.

한편 이처럼 성폭력 발생ㆍ검거 건수가 늘어나자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여성가족부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에 접수된 건수는 2011년 1만4399건, 2012년 1만6735건에서 지난해 2만597건으로 껑충 뛰었다. 올 들어 9월까지는 1만6157건이 접수됐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서비스 지원 건수는 2012년 10만2184건에서 2012년 13만5673건, 2013년 17만6203건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9월까지는 16만7383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산부인과 진료 및 치료 등 의료지원과 심리평가 치료를 통한 심리 지원, 피해조서 진술녹화 소송서류 작성 등 수사법률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 발생 건수 대비 지원율만을 놓고 보면 상승세는 더뎌 보인다. 통계를 보자면 지난 2011년 성폭력 피해자의 65%만이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2012년 지원율은 72%에서 지난해 73%로 소폭 증가했다. 올 들어 9월 현재까진 72%로 답보 상태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률 상담이나 외상치료 등 지원이 필요없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나 밀집지역 성추행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피해자가 의료ㆍ심리지원을 원치 않은 경우도 많아, 지원율이 급격히 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찰의 인지수사나 친고죄 폐지 등으로 성폭력 발생이 표면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암수가 드러나는 것은 되레 긍정적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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