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삼성의 지주사 체제 전환 전망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ㆍ삼성화재 지분 인수와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발표, 제일모직ㆍ삼성SDS 등의 상장 임박이 겹치면서다. 삼성은 이에 대해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고 있지만, 지주사 전환설은 시장에 빠른 속도로 번지는 모양새다.
자사주는 지주사 전환의 중요한 지렛대다. 지주사 전환의 첫 단추인 인적 분할에서 자사주는 자회사에 대한 지주사의 의결권을 높이는 핵심이다. 굳이 지주사 전환이 아니더라도 자사주 블록딜(block deal)을 활용하면, 시장 충격없이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삼성의 핵심 기업들은 모두 다량의 자사주를 보유(취득예정 포함)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인 제일모직 15.23%를 비롯해 삼성전자 11.09%, 삼성생명 5.46%, 삼성물산 5.76% 등 지배구조 최상위 ‘빅4’가 대규모로 자사주를 보유중이다. 제일기획(15.96%), 삼성화재(12.43%), 삼성중공업이(11.25%), 삼성엔지니어링(7.56%), 삼성증권(5.51%) 등의 자사주 보유비율도 높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보통 자사주 매입 후에는 이를 소각해 발행주식수를 줄이는 데 국내에서는 소각하지 않아 유통주식수만 줄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호세력이나 특수관계인에게 회사의 지배력을 이전시키는 중간다리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12월 18일로 임박한 제일모직 상장도 지주사 전환 전망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업공개(IPO) 방침을 처음 밝혔을 때 급부상했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을 삼성전자지주회사(가칭)가 인수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문제가 제기돼 설득력을 잃었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부담이 꽤 줄었다. 6월 140만원대였던 20일 평균주가가 최근 110만원대 초반까지 20% 넘게 떨어졌다. 당분간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와 전망도 썩 좋지 않아 맞교환이나 매매를 하기에는 괜찮은 조건이다.
이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도 지주사 전환의 단초로 보는 견해가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분할신주 또는 합병신주의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가능한 법적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풀이다. 분할·합병 당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현행 규정상 3년간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불가능해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삼성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 함을 얻고 있지만, 살펴야 할 변수도 많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다. 양사 주종에서 합병이 승인됐지만, 단기적으로 사업 전망과 주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합병을 지지하지 않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들이 상당하다.
그런데 양사 합병은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사업 재편과 맞물린 부분이다.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합병법인과 묶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부문은 삼성전자지주회사(가칭)나 제일모직과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많다. 그런데 매수청구권이 대규모로 행사돼 자칫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양사의 매수청구권 규모는 17일 주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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