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2020년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유례 없는 자본 시장의 등락을 경험 한 해다. 미 국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급락했고 주요 주식 시장도 30~40%의 하락을 경험했다. 회복 또한 생각 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주식 시장은 연초대비 30~40%의 상승을 기록하고 끝났다.
과거 투자자는 대공황을 포함해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수차례 경험해왔지만, 지난해와 같은 주식시장의 충격은 전염병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 락다운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진행과정을 보이는 것 같다. 금융, 실물경제 등 우리가 경제라고 얘기하는 곳에서 발생했던 과거 충격과 달리, 처음 겪어보는 사회 경제적 락다운은 차별화된 고통과 회복을 보여준다. 개인 소득간, 업종간, 국가간에 받고 있는 충격이 다르고, 회복의 속도와 정도 또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뜻하지 않게 등장해서 시장을 받치는 투자 세력이 나타났다. 흔히 개미라 불리우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물론 과거에도 개미투자자들은 존재 했지만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2020년은 개미들이 유일하게 수익을 낸 해가 아닌가 싶다. 과거 수년간 글로벌 주식 시장 중 가장 저조했던 국내 시장에서 드디어 승리했고 무시할 수 없는 투자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서학개미의 출현이다. 이것이 지난해 시장환경으로 인해 나타났고 직접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 만으로도 코로나19 이후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보유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53조원(지난달 23일 기준)으로 1월 10.7조원에서 급증했고, 보유주식 1순위인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MS등 대부분 기술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수익 위주의 투자 성향을 보이는 개인 투자자들은 과연 변화하는 시장을 반영하는 투자, 질적으로 양호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
1. 시장의 변화→정책의 변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개인소득, 기업이익이 급감하고, 실업률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이것은 온전히 유동성이라는 빚의 힘으로 올라간 자산가치다. 무제한 풀었던 유동성의 목적은 개인,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경제를 살리고 빠른 경기 회복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물가, 금리의 상승을 불러오고있다. 유동성 공급의 목적이 실현되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된다면 당연히 풀었던 유동성을 줄이거나 회수할 것이고 금리 또한 정상화 될 가능성이 높다. 즉 경제가 좋아진다고 주식시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오히려 떨어지거나 업종간 차별화가 뚜렷해 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받았던 종목과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냈던 종목 간의 역전,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가 증가하는 종목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술주 위주의 투자에서 다양한 업종으로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2. 안전 자산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심
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좋을수록 나타나곤 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특징 중 하나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사실 리스크보다는 리턴에 관심이 더 쏠려, 개별주식, 파생상품, ETF, 인버스 상품 등 짧은 기간 동안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투자자산을 선호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변동성이 큰 시장, 업종, 상품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일년 내내 움직임이 없이 연초 주가 지수로 한해를 마감한다면 투자자는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고,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동성은 투자자 본인이 감내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편안한 투자가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장기투자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권, 펀드와 같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섞을 필요가 있다. 최소한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위험 자산들이라도 한쪽 시장이나, 업종에 치우치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며 이미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조정을 보이는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하락을 보이는 업종은 작년에 가장 높은 수익률은 보였던 IT 업종 이다. 2021년, 2022년 자본시장을 전망하는 금융기관들의 많은 리포트들은 이러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와 같이 예금 금리만으로 살기 힘든 초 저금리 사회에 살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투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어찌 보면, 평생투자라는 피곤한 금융환경이 된 것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만이 긴 인생에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방법이고, 시장 앞에선 늘 겸손한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