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동학대사례전문위원회 등 외부기관 의견 종합”
CCTV에서 발견 못한 학대 정황 수개월 후에 털어놓기도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세 살배기 아이를 세게 밀치거나 얼굴을 누르는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어린이집 교사가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 경찰은 만 13세 미만 아동학대 사건일 때는 각 지역 경찰청에서 수사하는 방향으로 수사력을 확충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아동이기에 진술을 받기가 어렵고 폐쇄회로(CC)TV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작경찰서는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하던 동작구 소재 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최모 씨와 원장 정모 씨를 ‘혐의 없음’으로 지난 8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사례전문위원회 등 외부 기관의 의견을 얻어 ‘혐의 없음’으로 송치했다”며 “고소인이 이의가 있으면 검찰에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대 피해 학부모 이모 씨는 지난해 10월께 어린이집 CCTV를 통해 최씨가 아이를 밀치거나 얼굴을 누르고 억지로 밥을 먹이는 장면 등을 보고 최씨와 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집에서 체벌한 적 없었던 아이가 옷을 들어 맨살을 꼬집거나 배변 실수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자 이씨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를 의심했다.
경찰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아동학대의 상처는 여전하다. 약 5개월 동안 아이를 돌보던 A씨는 최근 복직했으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아이도 놀이치료 받는 중이다. 이씨는 “아이가 아프다며 배를 문질러 ‘응가냐’ 물으면 ‘선생님이 배를 밟고 지나갔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최근에도 아이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어린이집 CCTV 열흘치를 돌려본 결과, 교사 최씨가 아이에게 가한 학대는 밀치거나 밥을 억지로 먹이는 행동 정도였다.
이런 탓에 경찰이 아동학대 사건에 수사력을 보충하고 있으나 학대 사건 수사 전문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만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각 지역 경찰청로 인계하도록 하고 여성청소년 범죄수사대를 출범하는 등 수사력을 보강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경찰은 아동학대 사건을 자체 종결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가정법원에서 처리해야 할 아동보호 사건을 경찰이 누락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불기소 의견인데도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씨 측 변호인은 “CCTV가 생긴 이후에 오히려 눈에 보이는 학대에 집중하게 돼 사소하거나 정서적 학대, 방임 등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진다”면서 “수사기관으로서는 이전의 처벌례 등을 참고해 쉽사리 학대로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의 진술을 받는 데 대한 이해도가 더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이들이 친밀감을 형성하고 피해를 진술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렇게 수사를 진행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경찰 앞에서 하는 진술만 신빙성을 높게 부여하는 경향도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