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컨텐츠, 물류 등 투자에 잇따라 자사주 등장
자사주 장부가 1.2조원, 시가로 환산하면 6조 육박
성장 초기 자사주 매입, 이후 지분 교환 재원되며 시세차익 효과 쏠쏠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네이버가 전방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면서 보유한 자사주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투자 확대를 위한 지분 취득의 재원으로 자사주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사업 진출 기대감에 따른 주가의 상승→자사주 가치의 증가→투자 재원의 부담 감소→사업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 등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네이버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서 자사주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여전히 6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향후 공격적인 투자의 기초 재원으로 곳곳에서 자사주가 다시 등장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등장한 네이버 자사주…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네이버는 지난 20일 캐나다의 왓패드 주식 전량(2억4854만3779주)을 취득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취득금액은 6532억원입니다. 네이버는 지불 수단으로 현금 또는 자기주식 지급을 공시했습니다. 거래 방식은 왓패드 구주주의 선택에 따라 정해집니다. 왓패드 기존 주주가 구주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받길 원한다면 네이버는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고, 계약에 정해진 금액인 6500억원 가량만 지불하게 됩니다.
하지만 왓패드 주주가 현금과 함께 네이버 자사주를 택하면, 네이버는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주식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네이버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만큼 왓패드 주주가 네이버의 성장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경우 이를 선택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왓패드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입니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웹툰과 단순한 결합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며 "Z세대(10~20대)에게 인정받은 왓패드 웹소설을 네이버웹툰에 2차 제작하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독자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반대로 원작 역시 주목을 받는 선순환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CJ그룹 지분 교환 때도 자사주 맹활약
네이버의 자사주 활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CJ그룹 계열사와 지분 맞교환을 단행할 때도 자사주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CJ대한통운과는 3000억원 규모(네이버 자사주 104만7120주),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는 각각 1500억원 규모(52만3560주)으로 총 6000억원의 지분 교환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0일 공시한 '자사주 처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CJ그룹 측에 넘긴 매각가는 주당 28만6500원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지분스왑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는 자사주 56만3063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넘겼고, 이 대가로 미래에셋대우 자사주 4739만3364주를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자사주로 5배 대박 낸 네이버…6조원 어치 더 있다
네이버는 여전히 막대한 자사주를 보유 중입니다. 11월10일 기준 네이버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1680여만주(지분율 10.23%)에 달합니다. 장부가는 1조2147억원으로 돼 있습니다. 이를 지난 29일의 종가로 환산하면 시가 5조7639억원에 달합니다. 무려 5배에 달하는 장부상 이익이 잠재돼 있는 셈입니다.
자기주식은 임직원들의 보상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34만2000원에 자사주를 처분했습니다. 처분금액은 30억1644만원입니다. 처분목적은 자기주식 상여지급이라 공시했습니다.
다만 향후 취득되는 자사주는 내부 보유 대신 소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28일 주주환원정책을 밝히면서 자사주의 매입 및 소각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네이버는 주주환원 재원 중 현금 배당 지급 후 잔여 재원을 한도로해 자사주 약 514억원을 매입후 즉시 소각키로 했습니다. 또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올해 하반기 실시키로 했습니다. 사들인 뒤 내부 자본으로 주식을 없애겠다는 의미입니다.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주들은 주당 보유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주주환원정책과 별개로 약 355억원 수준의 특별자기주식 소각(기보유 자기주식 소각)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29일 종가로 환산해보니 약 10만3800주에 달합니다. 워낙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충분히 회사가 감내할 수 있다 판단한 듯 합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에서 앞으로 자사주의 추가적인 활용 방향도 엿보입니다. 박 CFO는 네이버의 자사주 11% 역시 투자 재원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투자 재원, 인재 확보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