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모스코바 아파트 배급과 함께 교외 별장용지도 배분
-21세기 대한민국은 ‘1가구 1주택’·‘토지 공개념’ 논란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가구 1주택’ 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유재산을 제약하겠다는 사회주의적 법안이 마구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다”며 “이 다음에는 무슨 직업을 갖든 월급이 같도록 연봉상한제 하자는 법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사회주의 사상’까지 언급했다.
사회주의 원조 소련도 2주택 배급했다
옛 소련, 지금의 러시아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아파트와 다차를 꼽을 수 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시발점인 소련에서 스탈린 사망 이후 4대 공산당 서기장에 오른 흐루쇼프는 수도 모스코바 및 대도시, 공업도시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소위 성냥갑식 고층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했다. 이때 만든 ‘소련 흐루쇼프식 아파트’는 지금도 모스코바나 동유럽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기 시작한 국내 ‘성냥갑 아파트’도 이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시간에 대량으로 생산해 보급하고자 주택의 외형과 내부구조를 획일화 시킨 소련 흐루쇼프는 동시에 ‘다차’라는 별장을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이전까지 공산당 간부들의 전유물이던 별장을 일반 노동자들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도시 인근에 텃밭과 집을 가꿀 수 있는 땅을 배급해, 획일화된 주택 한 채에 대한 불만을 달래고자 했다. 당시 모스코바 근로자의 70% 이상이 다차를 소유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차는 모스코바의 성냥갑 아파트와 달리, 소유주의 개성이 담긴 건축물로 지금도 주목받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다주택=범죄’
사회주의·공산주의의 고향인 소련의 20세기 4대 공산당 서기장조차 허용하고 심지어 나서 유도했던 ‘1가구 다주택’이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정책실패를 가져온 ‘악(惡)’으로 규정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최근 ‘1가구 1주택’ 입법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론의 거센 비판에 잠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1가구는 1채의 집만 가져야 한다’는 그들의 신념은 확고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가구 1주택 법안’에 대한 질문에 “모든 국민이 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1가구 1주택 법안의) 정신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소신은 다주택 가구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진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인이 갖고 있거나 1가구 2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소유분으로 신도시 5개를 만들 수 있다”며 “저는 이 집을 사고팔면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집을 갖고 싶은 국민들의 행복권을 뺏어간 도둑들”로 다주택 가구를 겨냥하며 “그냥 세금으로만 하지 말고 형사범으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다주택자를 범죄자라 말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본인이 주택 외 상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또 다른 논란도 불러왔다.
‘1가구 1주택’ 논란 이전 ‘토지 공개념’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 논란이 됐던 ‘토지 공개념’도 ‘1가구 1주택’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앞세워 개헌안을 설명하며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헌법에 넣겠다는 것이다.
또 과거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17년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토지 공개념을 강력히 주장했다. 추 장관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초과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지대추구의 덫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부동산 관련 정책은, 24차례가 넘는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한 오류를 남 탓으로 돌리는 시도로 비판받기도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필리버스터를 통해 “전체주의적 정부, 청와대 명령을 맹목으로 따르는 여당, 이것이 부동산 시장의 참극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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