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기 임원 인사 키워드
R&D 부문 40대 수장 전면에
수소전기차·로보틱스 등 다변화
신성장 동력 중심 행보 예고
정의선 체제의 첫 정기 임원 인사 키워드는 ‘미래’다.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내부 개편 작업의 첫 단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정 회장의 전략적인 방향성이 투영됐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대를 일군 주역들의 퇴장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연기관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 부문의 40대 수장들이 그룹 전면에 나선 이유다.
지난 11일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소프트웨어 계열사들은 이사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향후 차량용 반도체의 전문적인 설계와 개발, 검증 역량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 및 전력 반도체의 핵심 기술 내재화가 이들의 첫 번째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3개사가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룹 차원의 신(新)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물류·운송 서비스와 공정 자동화를 통한 계열사 간 시너지가 최우선 목표로 설정된 것도 정 회장의 큰 그림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8년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취임하면서 단행한 사장단 인사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에 따라 이번 인사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실제 장재훈 제네시스 사업본부장과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비롯해 신재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장. 수소전기차 넥쏘의 개발 주역인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등이 그간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이 부회장의 보필이 필요하지 않은 70년생의 젊은 총수라는 점도 그룹의 역동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철저한 실력 위주 인사와 성과를 바탕으로 한 승진 체계가 자리 잡은 배경이다. 사장단 인사에 이어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젊은 인재들이 대거 수면 위로 부각된 이유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내연기관 체계에서 벗어나 서비스 업체로의 전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 세계 5위권의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 생산 일정을 내년 본격화하는 동시에 도심항공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차세대 산업의 기술 리더십 확보에 전념할 계획이다.
‘레벨 4’ 시대를 준비하는 자율주행 연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관측된다. ‘모셔널’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협업 체계에 따른 추가적인 인사도 점쳐진다. 기존 그룹 내 존재했던 신사업 관련 부문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을 전담하기엔 파트너사와 시장 확대가 비대해지고 있어서다.
앞으로도 연구개발 부문의 그룹 내 역할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경영진과 일반주주의 신뢰 관계가 그룹의 지배구조 안정의 핵심이 될 가능성도 크다. 긴 호흡으로 젊은 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정 회장의 안목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지난 2년간 대내외적인 성과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정 회장이 그리는 그룹의 방향성이 더 명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