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투스인베스먼트의 차별점은…

SK플라즈마 1000억 넘는 신주 투자

생산능력 5배·매출 2배 증가 견인

동아쏘시오그룹·유한양행과도 협업

투자 총 29건 중 14건은 해외기업에

나스닥 상장 등 첨단 기술 트렌드 흡수

바이오 중기 글로벌 기술기회로 활용

‘혁신성장 M&A’ 통해 또다른 변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이하 파라투스)가 밟아 온 성장 가도의 핵심에는 바이오 섹터에 대한 탄탄한 트랙레코드가 있다. SKC, LS, 동아쏘시오그룹, 유한양행 등 대기업과의 협력 아래, 전략적 투자자(SI)는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재무적투자자(FI)는 높은 수익 성과를 올린 ‘윈윈’ 사례를 쌓아 왔다. 파라투스의 어떤 점이 이런 차별화를 가져 왔을까.

딜소싱·구조화 시너지로 대규모·바이아웃 투자=성장 초기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는 통상 벤처캐피탈(VC)에 의해 이뤄진다. 투자 규모가 100억원이 채 안 되고, 확보한 지분도 10% 미만이라 이사진 진입 등 경영참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파라투스는 경영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 바탕에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네트워크가 있다. 파라투스의 핵심 운용역 중 한 명인 이찬호 전무는 성균관대 약학박사 출신으로, 동아제약에서 신약개발 담당 책임연구원과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에서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를 지낸 전문가다. 이 전무가 파라투스에 합류한 것 역시, PEF운용사 인터베스트에 몸담았던 시절 연을 맺었던 정상억 대표가 그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높게 평가했던 결과였다.

이 전무가 성장성 높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포착했다면, 이어 정 대표와 김정년 부사장이 M&A 자문 역량을 더해 딜을 현실화하고, 딜 성사 이후의 밸류업 청사진과 투자금 회수(엑시트) 구조까지 짰다. 군인공제회로부터 출자받아 SKC와 손잡고 추진했던 바이오랜드 인수(2014년) 딜 이후 파라투스는 이같은 역량을 업계로부터 인정받아 왔다.

‘신성장 동력’ 고민하는 대기업의 파트너=파라투스의 스타일이 도드라진 딜은 SK플라즈마 투자다.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SK플라즈마는 지난 2015년 SK케미칼로부터의 분할 이후 투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추진했는데, 이때 파라투스는 KDB캐피탈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신주로 투자했다. 해당 자금은 안동 신공장을 설립하고 회사의 생산능력(CAPA)을 다섯 배로 끌어올리는 데에 투입됐고, 그 결과 SK플라즈마의 매출은 투자 당시 대비 2배 이상 늘어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무는 “SK플라즈마 투자는 그간 외국계 대형 VC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규모의 구조화된 제약바이오 딜이었다는 점에서 랜드마크 딜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며 “이후 동아쏘시오그룹이나 유한양행 등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과 협업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파라투스는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의 투자사인 NS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블라인드펀드인 글로벌바이오성장 제1호(2016년)와 메리츠-엔에스 글로벌바이오투자조합(2018년)을 결성해 운용 중이다. 그룹 계열의 동아에스티가 두 펀드에 모두 출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글로벌바이오성장 제1호 펀드는 이르면 내년 초 청산될 예정으로, 마지막 남은 포트폴리오인 지놈앤컴퍼니 투자를 코스닥 이전 상장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펀드의 전체 IRR(연간 내부수익률)은 60~7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트폴리오 절반은 해외투자…나스닥 상장 경험이 무기=독보적인 제약바이오 투자 트랙레코드와 더불어, 파라투스를 규정짓는 또 다른 특징은 해외투자에 강하다는 점이다. 파라투스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29건의 투자를 집행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14건이 해외기업 투자였다. 특히 그 중 8건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엑시트했다. 이 과정에서 파라투스는 선진 기술 트렌드를 모니터링할 수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대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해외 투자 경험은 국내 중소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기회로도 이어졌다. 에이치엘비(HLB)의 미국 계열사인 항암제 연구개발업체 LSK바이오파마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파라투스는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위한 자금 조달에 참여해, 3년여 만에 모회사인 에이치엘비에 지분을 매각하며 두자릿수 IRR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이 미국 바이오 벤처 소렌토와 함께 설립한 면역항암제 개발사 이뮨온시아에도 총 500억원을 투자했다.

창업 컨설팅부터 IPO까지…전문성 토대로 영역 확장=파라투스는 올해 9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으로부터 출자받아 조성한 첫 번째 단독GP(주요 투자자) 블라인드펀드인 ‘파라투스혁신성장 M&A’를 토대로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루고 있다. 해당 펀드는 정부와 시중은행이 개방형 혁신성장(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모(母)펀드의 하위 펀드다. 그야말로 파라투스의 ‘주 무대’인 셈인데, 실제 펀드 결성 3개월 만에 4건의 딜을 성사시키는 등 속도감 있는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펀드를 활용해 파라투스는 제약바이오 섹터의 딜 소싱을 보다 초기 단계로 확장해 기회를 선점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일종의 ‘엑셀러레이터’처럼 기업의 조직 체계를 마련하고 파이프라인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되, 경쟁 VC를 앞서는 자금력으로 레버리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설립된 바이오벤처 사이러스테라퓨틱스를 상대로 시리즈A 투자를 주도한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동아쏘시오그룹 연구본부장, CJ헬스케어 R&D 총괄부사장을 지낸 김병문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김 부사장은 “회사가 쌓아온 제약바이오 부문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과 차기 라운드 투자 유치, 나아가 IPO 단계까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