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항공산업재편’ 큰 그림
조원태 ‘수익성 확대’ 위한 결단
김석동, 아이디어 구체화·촉매역
화학적 결합·혈세 투입·독과점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지난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세계 7위 규모의 ‘메가 캐리어’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는 세 사람의 전략적인 의사 결정과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인수합병이 무산된 직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제시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받아들이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플랜은 전광석화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은 금융위기 시절 ‘대책반장’을 연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빅픽처’의 밑그림은 이 회장이 그렸다. 항공산업 재편 차원에서 제시한 대안이 수면 위로 부각되자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5대 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결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타개할 적임자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부담이 있었지만, 조 회장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이번 인수로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등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이 회장의 구상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객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항공 화물 기단의 확장과 관련한 노선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향후 수익성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과 이 회장의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의장은 둘의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어내는 촉매역을 자처했다. 금융위원장 출신이자 인수합병 전문가다운 조언으로 두 달간의 짧은 기간에 국내 1·2위 항공사의 결합을 이끌어내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해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폭넓은 인맥은 향후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경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초대형 항공사로 이륙하기 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기업 결합 후유증과 공정위의 심사, 노동조합과의 접점 등 넘어야 할 만만치 않은 산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백기사로 나섰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벗어나야 한다. 김 의장과 기업 시너지 차원의 긴밀한 협력과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인수 완료까지 투입되는 비용이 특혜로 비치지 않도록 한진칼 경영진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복 노선 정리에 따른 대규모 노선 축소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불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다른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정리를 비롯해 항공 동맹의 정리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혈세 투입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인수가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비쳐지는 한편, 사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국민 혈세 8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조 회장이 사재 출연 없이 대한항공의 몸집을 불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난도 불가피하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여객 감소를 대체할 전략적인 접근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