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등 서울대 구성원 이야기 들어보니…
“학생들 성숙한 성의식, 교수들이 못따라와”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서울대가 전국 국립대 가운데 성희롱·성폭력 발생 건수 1위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 5년간 서울대에서는 ▷2017년 사회대 H교수 ▷2018년 수의대 H교수 ▷2018년 인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 ▷2019년 음대 B교수 ▷2020년 음대 C교수 외에도 자연대 교원 2명이 성폭행·성희롱·성추행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서울대 인권센터로부터 중징계를 권고받았다.
서울대 학생회에서는 “이러다간 알파벳이 모자를 지경”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서울대 성추문 사태에 대해 재학생, 졸업생, 대학원생, 교수 등 내부 구성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3일 정찬민 의원실(국민의힘)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대학에서 총 1206건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510건은 국립대에서 나왔는데, 특히 서울대는 3분의 1에 달하는 170건을 차지했다. 2·3위인 부산대(42건)와 경북대(30건)에 비해 4~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영대에 재학중인 이모(20)씨는 “서울대의 상징성에 비춰 교수로서 교내뿐 아니라 외부 기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와 학생 1대 1 관계에서는 학생이 약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수에게 밉보이면 향후 진로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한 김모(37)씨는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학생들은 성의식이 민감했고, 신입 오리엔테이션 때 학생 간 성희롱 예방 교육도 철저히 이뤄졌다”며 “학교 차원에서 교수들에게도 관련 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체계적이지 않고 강제성도 작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이모(33)씨도 “학생들의 성의식은 성숙해 있는데 교수들은 못따라온다”며 “학교가 크고 과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위계질서가 강하고 교수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수 있는곳, 소수 교수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에서 발생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자연대에서는 교수가 교직원을 성추행한 첫 사례가 나왔다”며 “학생들과 달리 학교에 계속 머무는 교직원은 그간 덮고 가는 분위기도 있었겠지만, 이번 사태를 기화로 수면 위로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에 재직 중인 모 교수는 “신규 교수들은 학생과 방에서 1대 1 상담 시 무조건 문을 열어 놓으라고 교육 받는다. 실제 신규 교수들은 그렇게 한다”면서도 “다만 가부장적이고 남성적 문화 성향이 강한 구 세대 교수들과 현 세대 학생들이 겹쳐지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대적으로 인식하는 성추행 기준은 예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서울대 교수는 “공부만 오래 하고 연애 경험은 많지 않은 교수들이 착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들었다. 상대는 예의 있고 싹싹하게 대했을 뿐인데 ‘나한테 관심있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