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국토교통부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향한 외부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발언은 3년 전인 2017년 6월 23일 김현미 장관의 취임사였다. 김 장관은 당시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진다”며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장관 재임 중 부동산 통계 관련한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했던 집값 안정에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통계 착시’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22일 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말했다가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같은 달 29일 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민들의 체감 상승률과 동떨어진 수치 아니냐”는 야당 의원 공격에 “국민 체감과 다르겠지만, 장관으로선 국가가 공인한 통계밖에 말할 수 없다”며 11% 상승 답변을 바꾸지 않았다. 당시 시민단체에서도 “통계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한국감정원의 실거래가지수, 평균매매가격, 중위매매가격 통계를 제시하며 이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처음 본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집값 관련 통계 중에서도 상승률이 낮은 주택가격동향지수만 김 장관에게 보고하고 상승률이 높은 실거래가지수 등 다른 통계는 보고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 장관은 취임사를 비롯해 여러 공식 석상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현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시장과 소통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불통’ 성향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건설관련 협회의 초청에는 잘 응하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에서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부처 수장 자리를 3년 넘게 지켜내며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물론 지난해 초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검증 과정에서 낙마하는 등 변수가 있었지만 문정부 출범 이후 줄곧 국토부 장관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는 언행일치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김 장관은 올 신년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힘이 되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3년 전 취임할 당시의 초심을 떠올리며 현장의 목소리와 쓴소리도 들어야 할 때다.

지난달까지 총 23번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부동산 전쟁에 매달려왔지만, 재임 기간 집값이 폭등했다는 점에서 김 장관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못하다. 역대 최장수가 ‘오명’이 아닌 ‘명예’가 되려면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