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척박한 환경서 처음 시도한 바이오산업
20년간 성장비결은 절박함에 나온 열정
고연봉·복지혜택은 간접적 동기부여일뿐
구성원 스스로가 직접적인 동기 찾아야
선순환 구조 힘든 국내 바이오 생태계
풍부한 자금 돌도록 법·제도 정비돼야
헤럴드경제는 지난 한 달간 4회에 걸쳐 K-바이오에 대한 현재를 진단하면서 한국의 바이오가 무엇을 잘하고 있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살펴봤다. 장단점을 알게 된 만큼 이제부터는 한국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어딘지 알아야 할 때다.
그 누구도 정답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바이오 산업에 몸 담아오며 바이오 산업의 걸음마 단계부터 현재까지의 성장을 지켜 본 경험자들의 조언은 충분히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정답은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막다른 길이 아닌 지름길로 인도할 수 있는 ‘내비게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는 연재 마지막으로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그 길을 인도할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과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을 만나 “한국 바이오, 000이 필요하다”는 공통 질문을 던져봤다.
“지난 2006년과 비교해 현재 한국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이 가야할 길은 멉니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척박한 환경에 있죠. 지금 한국의 바이오 산업이 보다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도전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도전과 열정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느끼고 인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처음 접한 바이오 산업…“절박한 마음에 열정은 자연스레”=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59)은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과 함께 셀트리온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함께 해 온 동지다. 지난 2002년 설립 당시 셀트리온은 바이오 분야에서 존재감조차 없었던 작은 벤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8년이 흐른 지금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미국, 유럽 등 제약선진국의 기업들도 인정하는 경쟁자가 되었다. 바이오 산업 자체가 척박했던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굴지의 기업이 나오게 되었을까. 더구나 셀트리온 창립자들은 모두 자동차를 만들던 대기업 출신으로 바이오 분야에 무지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셀트리온 멤버들에게는 ‘열정’이 있었다. 그 열정은 단순히 ‘열심히 해보자’는 영혼없는 구호에 머물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시 이들의 열정은 절박한 심정에서 저절로 스며나온 것이기도 했다.
“대우를 나온 뒤 멤버들이 모여서 IT, ET, BT 중 무엇을 해야 할지 하나씩 따져 봤습니다. IT는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봤고, 태양광 사업과 같은 ET는 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죠. BT, 즉 바이오가 성장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보고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대우에서 경영혁신을 한 멤버들이어서 기획력 하나는 괜찮았죠. 우리는 현장을 중시하는 철학이 있었기에 우선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어떤 점을 보고 배워야 할지 보게 됐죠”
기 부회장과 셀트리온 멤버들은 미국 현장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물질을 탐구하고 이를 벤처에서 사갑니다. 그리고 벤처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대기업에 팔죠. 미국에서 바이오 벤처가 글로벌 기업에 1조원에 팔리기도 하는 이유는 바이오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넨텍이 에이즈 백신을 개발한다고 하면서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이게 일종의 장치산업이다 보니까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밤새 만든 기획서로 프로포즈(제안)를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그렇게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사업은 따냈지만 막막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다. “2006년 막상 CMO 사업을 시작하게 됐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력이 없다보니 ‘파락셀’이라는 글로벌 CRO(임상시험위탁기관)와 함께 일을 해야 했죠. 그런데 개발료만 2000억원 이상 들어가더라고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죠. 그쪽 임원이 나중에 말하길 ‘처음에는 한국이 바이오를 한다고 했을 때 안될 줄 알았는데 같이 일을 해보니까 이상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한테 자기 회사 직원들 앞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거예요. 우리가 가진 열정을 느낀거죠”
▶ “내가 말하는 열정은 구호일 뿐…남이 느끼고 인정하는 열정이어야”=기 부회장은 이런 도전과 열정은 누가 요구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샐러리맨이라면 3년이든 10년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힘든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 더욱 힘들어 질수 있죠. 준비가 된 상태라면 회사를 나가 자신의 길을 가는 것도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경영, 회계 등 회사가 가진 시스템이 도와주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서는 전부 혼자서 감당해야 하죠”
기 부회장은 회사의 높은 급여, 복지 혜택 등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이는 간접적인 동기부여일 뿐 직접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위에서 어떤 일을 시켰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기 부회장.
“한국은 분명 바이오 산업을 하는데 있어 강점이 있습니다. 제가 글로벌 기업들과도 많이 일해 봤는데 머리 좋은건 대한민국이 1등입니다. 하지만 뭉치지 않는게 약점입니다. 누군가 훈련만 잘 시켜주면 우리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바이오 생태계 선순환되도록 ‘자금’ 잘 돌아야”=특히 기 부회장은 한국 바이오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금 순환이 잘 되어야 한다고 했다. “기업에게 돈은 피와 같습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다른 어떤 장기가 건강하더라도 소용이 없죠. 하지만 한국은 이런 생태계 구조가 아직 잘 안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자금이 잘 돌지 않다보니 벤처는 벤처대로 어렵고,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는 하는데 생산적으로 되지 않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이 물질 탐색에서 상업화까지 다 책임을 지고 가야하는데 4~5년 동안 몇 천억원씩 하는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는 오너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이어서 “풍부한 자금이 돌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네거티브한 규제는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도 많이 이뤄줘야 합니다. 선순환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비가 필요한 부분도 손질해야겠지요. 벤처도 객관적인 기술평가를 통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잘 작동이 된다면 우리가 가진 약점이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 부회장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좌충우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은 값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