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파기 책임 법적절차
이행보증금 향배 갈릴 듯
2.4조 투입의 명분 절실
차등감자 후 증자 불가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고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또 산더미 같은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당장 2조4000억원의 국고가 추가로 투입됨에 따라 거래 무산과 경영 실패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기존 대주주인 금호그룹과 인수를 포기한 HDC현대산업개발, 채권단인 산업은행 간에 공방이 불가피하다.
▶산은 vs. 현산, 계약이행보증금 법정 다툼=일단 거래무산 책임은 소송이 불가피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납부한 2500억원의 계약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해당 금액은 현재 에스크로(조건부 인출가능) 계좌에 있어서 소송을 통해 권리관계가 명확히 정리돼야 인출할 수 있다.
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책임은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고 재실사에 대한 요청도 거부한 금호 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호 관계자는 “현산 스스로 회계·법률 전문가를 투입해 7주간 실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2조5000억원이라는 인수금액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놓고, 이제와서 실사가 제대로 안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거래 무산의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며 “금호산업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산은 vs. 금호, 차등감자 여부 갈등=‘인수 무산 책임’에 대해서는 금호와 채권단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경영 실패’ 책임에 대해서는 갈라설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주주 감자 등 금호 측이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지난 6월 말 기준 56.3%다. 감자를 통해 회계상 누적 적자(결손금)를 털어내야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채권단이 기존에 대출한 영구채를 출자 전환을 하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자가 선행돼야 한다.
반면 금호 측은 감자는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한 순간 이미 경영에서 손을 놨기 때문에 이후의 경영 악화에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어디까지가 금호 측의 책임인지를 따지는 과실 비율 산정 문제가 향후 채권단과 주요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갈등이 당장 표면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영 실패 책임을 금호에 묻는 절차를 진행할 경우 현산 측에 인수를 포기한 명분을 정당화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대현 산은 부행장도 지난 11일 ‘아시아나 노딜’을 발표한 언론브리핑에서 “향후 인수합병 재추진 여부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