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제품 매출 두자릿 수 늘었지만

소비자 선택권 일부 품목에 국한

덩치 큰 돼지·소 기준 통과 어려워

수요 커졌지만 제품 출시는 제자리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북 진안 태주농장. [롯데마트 제공]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북 진안 태주농장. [롯데마트 제공]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와 함께 가치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동물복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품은 닭이나 계란 등 일부 품목에만 국한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동물복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매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마트의 지난 한 달간(8.1~9.9) 동물복지 돼지고기 매출이 2.5배(148.4%) 확대됐다. 동물복지 계란 역시 이 기간 53% 더 팔리며 소비자의 인기를 실감했다. 롯데마트도 올해(1~8월) 동물복지 닭고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했다.

온라인몰 등 비대면 채널에서의 인기는 더욱 뜨겁다. 마켓컬리에서는 지난 한 달간(8.1~9.9) 판매된 동물복지 상품 매출은 164% 신장했다.

동물복지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를 통해 가치관이나 신념을 표현하는 ‘가치소비’가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도 한 몫을 했다. 동물복지 인증 농장의 증가로 제품 공급이 늘면서 ‘가격 허들’도 낮아졌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2015년 76개소에서 2019년 262개로 3배 이상 많아졌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동물복지 상품을 찾는 트렌드에 발맞춰 관련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7년 동물복지 닭고기 13종을 출시한 이후 지난달 28가지까지 확대했다. 마켓컬리 지난 2월 동물복지 우유, 아이스림 등을 선보였고, 지난 8~9월에는 관련 상품 수를 전년 동기 대비 63% 늘렸다.

다만 동물복지 상품에 대한 수요 확대에도 아직 관련 상품은 닭고기나 계란 등 일부 상품에만 국한된다는 문제점은 여전하다. 실제로 마켓컬리 동물복지 상품 카테고리 중 달걀의 비중이 59%로 가장 높고, 롯데마트의 동물복지 대표 상품은 닭고기다. 지난해 동물복지 신규 인증을 받은 축산 농가 10개 중 9개(89.8%)도 양계농장이었다.

동물복지 제품이 일부 축종에만 집중된 배경에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동물복지 기준을 맞추려면 적정한 사육 공간과 양질의 사료, 기준에 부합하는 도축환경 등이 필요하다. 달걀은 도축 과정이 별도로 필요없어 비교적 쉽게 동물복지 기준을 맞출 수 있다. 닭고기는 하림, 마니커 등 일부 대기업이 기준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정육을 생산하다보니 동물복지 인증 상품이 많다.

반면 돼지나 소는 닭에 비해 덩치가 커서 동물복지 기준에 맞는 넓은 사육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도축 환경 역시 주요 기준 중 하나인데, 전국의 도축장 중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계 업계처럼 제품 생산을 주도하는 대기업도 없어 동물복지 기준에 맞는 정육 생산 시설도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동물복지 기준이 아직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했을 때 높지 않은 점도 문제다. 기준이 낮은데도 상품 종류는 제한적이다 보니 소비자의 선택권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국내 동물복지 기준은 아직 해외에 비해 높지 않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더 확산하면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