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중심 인도·태국·멕시코 음식 바람몰이…흑미·현미·적미 등 품종 다양화, 재스민 등 프리미엄쌀도 인기
美사회 아시아·히스패닉 인구 급증 글루텐 기피현상도 시장 성장 한몫
부리또·커리·필라프·나시고렝… 할랄푸드도 뉴요커 입맛 사로잡아
밥솥·간편식 기업도 시장 공략 가속
삼시 세끼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게 있다면 단연 ‘쌀’이다. 우리에겐 매일 먹는 주식이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가끔 즐기는 별식 정도로 취급됐다.
하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들이 세계 각국으로 이동하면서 고기나 밀을 주로 먹어왔던 서구인들의 입맛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여기에 웰빙 열풍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프리미엄 쌀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쌀, 별식에서 주식으로=최근 미국에서는 쌀을 감자를 대신해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는 값싼 대용식이나 별식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주식처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는 미국 사회의 인구 구조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분석했다. 쌀이 주식인 아시아와 히스패닉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쌀을 이용한 갖가지 요리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미국 인구의 약 16%를 차지하는 히스패닉 비중이 오는 2060년이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쌀 중심의 식습관이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쌀이 들어가는 인도, 태국, 멕시코 음식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쌀과 채소, 고기를 얇은 토르티야(옥수수가루나 밀가루를 구운 전병)에 싸먹는 멕시코 전통음식 ‘부리또’, 쌀밥을 곁들여 먹는 ‘커리’, 스톡에 조리한 볶음밥 ‘필라프’과 동남아식 볶음밥 ‘나시고렝’을 먹는 20ㆍ30대의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킨을 볶음밥과 함께 먹는 다양한 ‘할랄푸드’도 쉽게 볼 수 있다.
또 빵에 함유된 단백질인 ‘글루텐’을 기피하는 ‘건강족’과 채식주의자들도 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쌀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까지 52주 동안 미국 내 쌀 판매량은 4년 전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이제 미국의 한해 쌀 시장 규모는 22억달러에 달한다.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미국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4.1%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더 나아가 2014~2015년 쌀 생산량이 220억파운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바스마티, 재스민, 아르보리오…인기품종 다양화=쌀 음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이제 소비자들은 다양한 품종의 쌀을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인들은 쌀알이 길고 가벼운 장립종의 백미를 주로 먹어왔지만, 최근엔 흑미, 현미, 적미 등의 품종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현미의 경우 여러 번의 도정 과정을 거친 백미보다 섬유질과 영양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에 신경을 쓰는 웰빙족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미보다 많은 단백질을 함유한 야생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또 이탈리아 ‘아르보리오’(단단하고 찰기가 있는 단립종), 인도 ‘바스마티’(히말라야 산맥에서 생산되는 장립종) 등 고급 품종뿐 아니라 태국산 ‘재스민’처럼 향이 있는 다소 색다른 쌀까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프리미엄 쌀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미국 최대 쌀 브랜드인 ‘엉클벤스’는 최근 재스민, 바스마티 같은 현미류의 신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실제 바스마티와 재스민 판매량은 최근 52주 동안 2억8300만달러를 기록, 4년 전보다 6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향기가 있는 쌀 품종과 혼합쌀의 판매량은 일반 백미(장립종)보다 2배 가까이 많아지는 추세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의 케이스 데일리 대변인은 “쌀을 건강식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매장에서 바스마티, 아르보리오, 재스민 등의 고급 쌀을 퀴노아, 치아씨, 프리카 같은 슈퍼푸드와 함께 진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기농 쌀 전문업체 ‘룬드버그’의 토드 클러거 판매ㆍ마케팅 부문 부대표는 “유기농 쌀, 흑미, 적미, 혼합종의 쌀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품종마다 맛과 영양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한 지금이 미국 쌀 시장의 전환점”이라고 낙관적 시장 전망을 내놨다.
▶밥솥, 레토르트…입맛 잡기 안간힘=쌀 섭취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기업들은 각종 마케팅을 동원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미국인 소비자들이 쌀을 조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간편하게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휴스턴의 쌀 유통업체 ‘라이스셀렉트’는 최근 전기밥솥 5000대를 35세 이하의 소셜미디어 이용자와 블로거들에게 제공했다. 쌀 요리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쌀도 쉽게 조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마케팅이다. 두바이 식품업체 ‘아미라 네이처푸드’는 코스트코 일부 지점에 쌀 판매코너 앞에 밥솥을 설치해두고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미라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쌀 포장을 고급화했다. 미국서 출시되는 바스마티쌀 제품은 금빛이 나는 포장지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간편식으로 개발된 레토르트 식품을 내놓는 곳도 있다, 스페인의 ‘리비아나’는 미리 조리를 해둔 쌀을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약간만 조리하면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