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불공정 거래 혐의에 1000억원 규모 자진시정안 발표
아이폰 수리 10% 할인·인력양성 등
“250억원, 1년이면 소진”…한시적 시정
인력양성 투자 규모 구글과 비교해도 크게 미흡
한국에서만 매년 2~3조원 수익 거둬들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애플이 아이폰 수리 비용 할인, 개발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국내 지원안을 내놨다. 이는 약 1000억원 규모로, 지난 2009년 애플이 국내에 진출한 후 발표한 최초의 지원안이다.
애플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년 2~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국내 투자와 고용창출은 인색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로 10여년 만에 처음 지원안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만에 1000억원 지원…고객 혜택 여전히 미흡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4일 애플의 잠정 동의의결안(자진 시정안)을 공개했다.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혐의로 공정위에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자진시정안은 2차례 보완 절차를 거친 끝에 공정위와 협의가 완료됐다.
애플은 소비자와 중소기업 지원에 1000억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국내 지원방안을 밝힌건 지난 2009년 아이폰이 국내 출시된 후 처음이다. 약 10년이 지나서야 첫 지원안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플은 250억원을 투입해 기존 아이폰 사용자의 유상 수리 비용을 10% 할인해준다. 일종의 보험 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에도 10% 할인을 적용한다. 애플의 수리비용이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와 비교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약 1년 후면 소진될 전망이다. 향후 추가 지원이 투입될 지는 미지수다. 공정위의 징계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한시적으로만 소비자 후생에 신경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울며 겨자먹기” 지원?…구글보다도 못해!
애플은 3년간 250억원을 들여 ICT(정보통신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개발자 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간 약 200명의 학생에게 9개월 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구글은 지난 2015년부터 ‘구글캠퍼스 서울’을 통해 190여개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4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입주사 전용 무료 공간, 구글의 제품·네트워크 기반 맞춤형 교육, 멘토링 등을 제공했다. 현재까지 이 스타트업들이 양성한 일자리는 1100개 넘고, 1000억원의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애플은 4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센터도 설립한다. 혁신학교와 특수학교, 다문화가정 아동 등 교육사각지대와 공공시설에 디지털 기기와 교육을 지원하는 데는 100억원을 들인다.
이번 지원안은 국내 IT 생태계와의 스킨십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진출 후 처음 내놓은 지원안임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사회적 책임 및 투자에 소홀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와 앱스토어 수수료 등으로 국내에서 매년 2조~3조원의 수익을 거둬간다. 올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75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나 증가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2차례의 보완 요구를 거친 시정안 치고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며 “공정위의 조사가 있고 나서야 1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발표했다는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