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이 ‘냉전의 상징’인 쿠바 스파이 기지를 부활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쿠바 방문 당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10년 전 폐쇄했던 쿠바 전자도청기지를 재가동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쿠바의 정보기지 재개에 대한 대가로 옛소련 시절 쿠바가 안고 있던 부채 90%, 약 320억달러(약 34조원)을 탕감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증가로 기지 재가동을 위한 재정이 마련됐고,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잠재적인 적(敵)’을 감시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종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있는 가운데 나온 사건”이라고 의미부여했다.
1964년 설립된 쿠바 루르데스 전자감청기지는 소련 붕괴 이후 2001년 폐쇄됐다. 당시 러시아는 옛소련 시대에서 넘어온 재정 부담과 체첸 분쟁으로 쿠바 기지를 유지시킬 여유가 없었다. 여기에 미국 의회도 대(對) 러시아 해외 부채청산 협상에서 루르데스 기지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냉전시대 쿠바 전자감청기지는 미국 남동부 일대의 전화통신 도청을 도맡았다. 주로 대서양 미 해군 움직임이나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의 우주 프로그램을 감시했다.
당시 러시아는 이 기지를 통해 미국에 관한 전략 정보의 75%를 공급 받았다. 이밖에 미국 본토 내 소련 스파이와의 연락 통신도 루르데스 기지에서 이뤄졌다.
러시아군의 전 장교인 빅토르 무하로프스키는 “쿠바 기지 재가동은 매우 중요하다”며 미군의 준비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루르데스 기지를 지킨 것은 보병사단의 임무였지만, 러시아 군이 쿠바에 파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 루슬란 푸코프 소장은 “쿠바 입장에서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의 긴장완화로 당분간 기지 재가동을 검토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루르데스 기지 임대에 관심을 보이자 러시아가 발빠르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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