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Joy에서 방송되고 있고 KBS 2TV에서 방송되기도 했던 ‘이십세기 힛-트쏭’은 복고(레트로) 열풍을 그대로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기획의도를 보면, 추억의 곡들을 재구성하여 8090의 색다름에 끌리는 현세대의 뉴트로 감성의 갈증을 해소한다고 돼있다.
진행자인 김희철(83년생)과 김민아(91년생) 두 MC가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 항상 외치는 말이 있다. “그때 그 시절 청춘들과 지금 우리 청춘들이 함께 즐기는 뉴트로 음악 차트쇼”라고 한다. 구세대와 신세대가 함께 즐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80~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들을 주제별로 분류해서 랭킹 10위부터 1위까지 소개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극복, 듣기만 해도 힘이나는 히트송’, ‘세기말 텐션 갑 히트송’, ‘노래방 대리만족 방구석에서 즐기는 히트송’, ‘청량 음료같은 히트송’, ‘위로가 되는 히트송‘, ‘원조 걸크러시 히트송’, ‘나른한 봄잠 깨워줄 히트송’, ‘본캐보다 부캐 히트송’, ‘팬이 아니어도 저장하는(팬아저) 히트송’ 등으로 분류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과거 노래를 그대로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0곡중 한곡 정도는 노래를 부른 당시 가수가 실제로 스튜디오에 등장하고 노래를 부른후, 당시 히트곡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90년대 젊은이들 문화와 CF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다. 그래서 당시 가요사를 정리하는 기분도 든다.
특히 1990년대는 음악 장르적으로 볼때,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화려하게 꽃피운 시기다. 지금은 가요에서 아이돌 문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80, 90년대에는 조용필과 이선희가 톱스타로 실력과 인기를 겸비하고 있었고 발라드(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댄스(김완선 박남정 소방차) 록(부활 시나위 들국화), 포크(시인과 촌장), 운동권음악(정태춘, 노찾사) 트로트(송대관 태진아 주현미 설운도) 장르가 모두 활성화돼 있었다. 9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댄스는 듀스. 터보, 박미경, 클론, 코요태 등으로 더욱 더 뻗어나갔다.
그러다 보니 ‘가요 르네상스’ 시기의 문화와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물론 팬문화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만, 조금 더 아날로그 같은 감 성의 이야기를 해줄때, 흐뭇해지는 느낌도 든다. 그룹 쿨이 전성기에 하루 1억 수익을 올렸다거나, 배우 현빈이 밴드 멤버의 후보였다는 등 몰랐던 사실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십세기 힛-트쏭’은 매주 10곡씩 소개하는 게 지루해질 수 있어, ‘히든송’이라 하여, 1초 듣고 맞히기, 2배속 듣고 맞히기, 포인트 안무 보고 노래 맞히기 등으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방법을 쓴다. 실제 당시 가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또 분장을 해서 모창을 하는 ‘쏭맨’(시크릿 싱어)도 등장해 재미를 주고 있다.
‘이십세기 힛-트쏭’의 진행자 김희철은 모르는 가요가 없다는 ‘자타공인 인간 주크박스’다. 과거 음악의 가사라거나 가수들 얘기, 그 기억력이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때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김희철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희철의 말에는 덕후 같은 그의 관점과 관찰기가 섞여있는데, 이런 방송 분량이 너무 많아 때로는 ‘너무 과한 정보(TMI, Too Much Information)가 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선배인 김희철이 후배 김민아에게 과거 문화를 얘기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본이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건 좋지만, 간혹 너무 과하게 감정 컨트롤이 안되는 상황까지 갈 때도 있다. 진행자들이 한바탕 놀고 간다고 해서 콤비 플레이의 시너지를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과거 가수가 등장하면 인터뷰를 하는데, 이 또한 단조로운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해당 가수에게 매번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시그니처 질문을 던지다 보니 가수들의 답변들도 비슷해지고 있다.
뉴트로는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거나 과거 그대로를 재현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된다. 과거에 현재적 관점이 들어가 있어야 진정한 뉴트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이십세기 힛-트쏭’은 과거에 어떤 현재적 해석과 의미를 담을건지에 대해 고민을 좀 더 해야한다. 이는 어떻게 하면 콘텐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닿아있다.
두 MC가 과거 노래를 재해석해주는 형태를 취하기는 하는데, 가요톱텐 골든컵 수상 등 팩트와 가십 위주의 이야기에 그칠 때가 많다. 그 노래를 현재의 관점에서 조금 더 확장시켜 이야기하는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본캐보다 부캐 히트송’은 그 점에서 성공사례다.
또 매번 똑같은 형식의 나열형이 지루한 감을 주기도 한다. 형식의 틀을 깼으면 한다. 과거의 노래를 소환한다는 의미에서 과거 노래 장면이 매번 TV 화면속에서 나온다. 시청자들은 TV속 TV를 보게돼 답답함을 줄 수도 있다. 이를 다양한 구조로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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