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불구 내부 긴장 수위 최고조
이재용 부회장 현장경영 행보 급제동 가능성
“수출·경제 전반 발목잡는 악재될 것” 우려
삼성전자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딛고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삼성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경기 침체 우려에 그룹 총수를 향한 사법리스크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기소로 그룹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애초 급격한 실적 감소를 각오하던 삼성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에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점쳤지만, 가전과 휴대폰에서는 실적을 장담할 수 없어 삼성전자는 크게 긴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유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실적 부진 우려를 털어낸 삼성이지만 하반기 중장기 미래 불확실성과의 사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 여부가 여전히 그룹의 경영 전반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상반기 코로나19 위기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이 부회장이 왕성하게 이어온 현장 경영 활동에 급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부회장은 실제 올해 상반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 부회장은 크게 ▷반도체 초격차 추진 ▷글로벌 현장 경영 ▷국내 현장 경영 ▷코로나 위기 대응 등으로 그룹 총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1월 2일 경자년 정부 시무식 참석으로 시작해, 지난 6일 수원사업장에서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에 참여 중인 임직원들을 만나 미래를 향한 도전 정신을 강조하기까지 이 부회장은 올해 총 15회의 대외 공식 행보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문의 현장을 모두 직접 점검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중국의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현장을 챙기기도 했다.
재계 전반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선방’은 이 부회장이 이처럼 전방위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위기 대응의 ‘선봉’으로 나선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장을 찾은 이 부회장의 발언에서는 연이어 강한 위기 의식이 엿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천안 세메스 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지치면 안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 등의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또 지난달 23일 수원 생활가전 사업장에서도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며 삼성이 처한 대내외 위기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이례적인 연쇄 현장 경영이 일선 현장의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경우 현장경영의 전면적인 제동은 물론,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중장기 비전 수립과 이행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과 4대 미래성장 사업(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선정에 이어 2019년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방안 등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 총수가 기소되면 경영 현안의 신속한 판단의 지체를 가져와 기업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라며 “아울러 기업 전반을 감싸는 불확실성을 극복해 내기 위한 총수로서의 구심적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