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력은 없지만 기소땐 ‘제도 부정’

“과도하게 길어지고 있는 수사 문제”

“여론 아닌 명백한 증거 수사 의구심”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판단이 나오면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그동안의 검찰 수사를 두고 비판이 나온다. 통상적 특수수사 사건보다 긴 1년7개월이란 시간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균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수사에 쏟아붓고도 수사 마무리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사실상 이번 사건 승부처였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검찰 외부 시민조차 기소가 부적절하다는 점은 물론 수사도 중단하라고 결론 내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대검 수사심의위는 26일 현안위원회를 소집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심의에 참석한 14명의 위원 중 위원장 직무대리 1명을 제외한 13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범죄 등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에서 기소와 불기소 의견이 비슷했다면 모를까, 10 대 3이면 압도적인 차이”라며 “사안이 방대해서 위원들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검찰이 더 잘 설명할 수 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개 검찰의 특수수사는 특정 사건에서 6개월을 넘지 않는다”며 “한두 명도 아니고 10명 안팎의 검사가 2년 가까이 투입돼 수사하고 있는데, 수사 자체가 과도하게 길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영장심사에서도 그렇고, 검찰이 주장하려는 나름의 증거를 비롯해 꺼낼 수 있는 패는 다 꺼냈다고 봐야 한다”며 “하지만 재벌 비리를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그것이 경제적 정의라는 여론에 막연하게 휘둘릴 것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수사가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게 잘됐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스스로 만든 제도를 부정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따른다. 이 부회장이 설사 기소되더라도 수사심의위 결론은 결국 득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가 양형 참작 사유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피고인 입장에서는 좋은 양형 자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