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검찰 기소 강행 큰 부담 지적
기소 강행땐 대규모 사업 차질 불보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결정이 검찰 개혁 후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과 시민단체가 기소를 강행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자 스스로 주도하고 있는 검찰 개혁을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삼성은 긴장감 속에 검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의 수주와 바이오사업의 자금조달 등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심위 결정 폄하…검찰개혁에 역행=여당의 박용진 의원과, 노웅래 의원, 경제개혁연대가 잇따라 수심위의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자 역풍을 맞고 있다. 검찰 개혁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8년 전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당시 문 전 총장은 도입에 앞서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며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점검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도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법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최승재 변호사는 “검찰이 여러가지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해서, 검찰 개혁을 하겠다면서 만든 위원회인데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취지와 멀어진다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이 기소를 하게 된다면 사회적인 의견과 다르게 판단했다는 부담감, 수심위 판단을 따라온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부담을 갖고 가야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심위의 전문성 논란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팀보다 전문성이 훨씬 높은 전문 위원들이 포진해 판단을 내린 점을 감안할 때 시스템을 부정하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수심위의 결정에 대해 주요 외신에서도 기소 강행에 대해 검찰이 적잖은 부담을 안게됐음을 전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권고에 강제력은 없지만, 검찰은 지난 수심위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인 만큼 기소 여부에 대한 어려운 결정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수심위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수심윌는 한국의 여론이 이 부회장의 유죄 여부 와 검찰의 정당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풍향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검찰 기소강행시 글로벌 경영 행보 차질 우려=수심위 결정에도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자 삼성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시기를 엿보고 있는 글로벌 경영 행보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이 40개월만에 또다시 기소돼 법정에 설 경우 국내 바이오 산업과 해외 건설 프로젝트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 등을 위해 당장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 기간에 이익을 내더라도 1조원가량은 외부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과 해외사업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차세대 주력 성장산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 기소가 이런 국가적 정책 기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물산이 현재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복합 엔터테인먼트 개발 사업’(9조원 규모)과 ‘네옴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500조원 규모) 등도 총수의 기소 여부에 따라 수주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추석 시기에 사우디 삼성물산 공사현장을 방문해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동 시장에 적잖은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정순식·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