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여파 지속땐 기업 유동성 부족 54조
2분기 이후 내수 회복되더라도 31조 부족
시의적절한 자금지원·체질개선 노력 절실
실업 충격에 따른 적자가구 확대 가능성에
차질없는 고용안정 대책 추진 최우선 과제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이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가계와 기업 모두 유동성 위기 및 부실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엔 시의적절한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하고 동시에 기업 스스로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계는 실업 충격에 따른 적자가구(소득이 지출을 하회하는 가구) 확대 조짐에 따라 정부의 고용안정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2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3월)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외감법인 2만693곳 대상)의 재무건전성 및 자금사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충격의 지속기간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기본 시나리오(S1)는 내수 충격이 2분기까지, 해외수요(수출) 충격이 3분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로, 심각 시나리오(S2)는 두 충격이 연중 내내 지속되는 상황으로 각각 가정했다.
▶벌어서 겨우 이자만 내는 기업=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하에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8%를 기록했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S1의 경우 2.2%로 감소하고, S2하엔 1.6%까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사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작년 3.7배에서 S1의 경우 1.5배로 떨어지고 S2하에선 1.1배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2019년 88.8%에서 S1과 S2 각각 92.3%, 93.1%로 큰 폭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올해 중 유동성 부족규모는 S1 상황에선 30조9000억원인데, S2로 심각해질 경우 54조4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의 경우 S1 상황에선 9조8000억원의 유동성이 모자라고 S2의 경우 15조6000억원까지 부족을 겪을 것으로 관측됐다.
업종별로는 항공 업체들의 유동성 부족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기업의 유동성 예상 부족액은 11조1000억원으로, S2로 갈 경우 12조7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최근 정책당국의 지원대책, 금융기관의 신용공급 노력 등을 감안할 때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당분간 현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정부 지원조치 종료 후 상황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론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년내 ‘잔고바닥’ 가구 29만=한은은 경기 충격에 따른 가계 부채 부실 위험도 점검하기 위해 적자 가구가 보유 금융자산 등으로 필수 소비지출, 원리금 상환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과 이들의 유동성 부족금액 규모를 추산했다.
구체 상황은 임금근로 가구는 실업 증가폭이 과거 외환위기 수준에 이르고, 자영업 가구는 업종별 사업소득이 코로나19 확산 직후 신용카드 매출액 변동률만큼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테스트 결과 실업충격시 감내기간(가계수지 누적 적자액이 금융자산 등 지출 재원을 초과해 유동성 부족에 처하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6개월 및 1년 미만인 가구는 각각 28만9000곳, 45만8000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가구의 금융부채는 각각 33조6000억원, 52조2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임시일용직 가구가 상용직에 비해 감내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가구의 경우 매출 감소 충격시 감내기간이 동일하게 6개월 및 1년 미만인 가구가 각각 18만4000곳, 30만1000곳인 것으로 나왔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는 각각 37조원, 59조1000억원이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여건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되면 임금근로 가구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대출 부실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종합적 고용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정책 사각 지대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