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96.8%, 기업 104.3%

주담대·비상금확보용 늘어나

연간 역대최대 행진 이어질듯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 규모가 역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기관들의 전폭적인 민간 신용 지원이 이뤄진 데 따른 결과다. 당장 경기를 지탱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출이지만 길게 보면 금융시스템의 불안 요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를 보면 지난 3월말 현재 명목 GDP 대비 민간(가계·기업) 신용(대출, 채권, 정부융자 등) 비율은 201.1%로 처음으로 200%를 넘어섰다. 작년 1분기 대비 12.3%포인트 증가했고, 작년 4분기에 비해선 4.1%포인트 올랐다. 전기대비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관련기사 3면

한은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민간에 대한 적극적인 신용공급이 가계 및 기업의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늘어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문별로 보면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6.8%로 전년말(95.2%) 대비 1.6%포인트 상승,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기업신용 비율 역시 104.3%로 전기(101.8%) 대비 2.5%포인트 증가 2007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가계신용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이 일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분기말 가계부채는 1611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 규모가 증가했다. 이중 주담대 대출 증가율은 5.7%로 3%대인 기타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소득 증가세 둔화 등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말 현재 163.1%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4.5%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7.7%로 작년 1분기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대출 증가폭은 가계를 앞질렀다. 1분기말 기업대출 규모는 1229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6% 증가했다.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말 78.5%로 전년말(75.3%)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배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도 2018년 8.8%에서 작년말 4.3%로 크게 감소했다.

한은은 “최근 기업실적 둔화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금년 들어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