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위원장 운영 식당서 ‘매상 올려주기 신종 상납’ 의혹

2년간 총 69회 걸쳐 업무추진비로 1423만원 어치 결제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이 운영하는 식당 입구. [블러그 캡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이 운영하는 식당 입구. [블러그 캡처]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서울시 한 부서장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이 퇴근 무렵인 오후 6시 시청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이나 이동해 중랑구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한다. 이 공무원들의 집이 중랑구 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공무원들은 이런 식으로 중랑구 음식점 ‘OO천국’에 한 달에 두어차례 모였다. 간담회 장소는 다름아닌 감시 기관인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장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말이 간담회지 실상은 이 식당에 ‘신종 상납’을 하러 간 것이다. 불려나간 공무원들은 소위 말해 ‘먹는 사역’을 한 셈이다.

이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이하 환수위) 위원장 때문에 빚어진 웃지 못할 풍경이다.

23일 헤럴드경제가 환수위가 맡고 있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푸른도시국·한강사업본부·상수도사업본부와 서울에너지공사, 서울시의회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살핀 결과, 지난 2018년 7월 27일부터 2020년 5월 11일까지 2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OO천국’에서 간담회가 총 69회 열렸다. 식사비로 총 1423만 2600원이 결제됐다. 한달 평균 3.1회 모였고, 회 당 평균 20만6269원 지출했다. 매달 65만 원 어치 매상을 올려 준 셈이다. 식대는 모두 시 예산으로 충당됐다.

이 식당의 대표는 다름아닌 현직 환경수자원 위원장의 배우자다. 이 의원은 2018년 7월에 현 위원장직에 부임했다. 이 의원은 후반기 시의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기 위해 뛰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 또는 배우자 및 직계존속·비속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간담회 장소 제공은 계약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피감기관으로선 시의원 그것도 소관 상임위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점에 미뤄 실제 간담회 목적보단 매출을 올려주러 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결제 시간이 대부분 오후 8시께로 확인되는 점에서 그렇다.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이동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회의를 그 곳에서 진행했다기 보다 대충 저녁 식사를 먹고 나왔다는 뜻으로 읽힌다.

간담회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에너지복지시민기금사업 중간 점검 간담회’를 시작으로 ▷환경분야 현안 업무협의 간담회 ▷지하철 정거장 보행동선 개선관련 자료수집 간담회 ▷사무처 월례회의 안건 검토 논의 등 여러 이유를 그럴듯하게 빼곡히 적어놨다. 그러나 간담회 결과를 서류로 작성하거나 보고서를 만든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

한 부시장은 이 식당에서 직원들과 ‘시정 운영 관련 유관기관 업무협의 간담회’를 하고 10만 6000원을 결제했다. 또 피감기관이 아닌 시의회 교통전문위원실, 운영전문위원실 등도 간담회를 했다며 식사를 하고 결제했다. 시의회 한 전문위원실은 지난 5월 11일에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일때 ‘교통 현안 관련 자료수집’을 목적으로 식당을 찾았다.

실제 환수위 피감기관 한 공무원은 “간담회는 회의실에서 하는 거지 왜 식당에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가보니 회의는 하지 않고 밥만 먹고 왔다”며 “간부들이 가자고 하면 일도 미루고 집과 반대 방향인데 어쩔수 없이 따라 가 저녁을 먹고 퇴근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한 부서장은 “피감 기관으로 위원장이 밥 한번 먹으러 안 오냐는데 무시할수 없었다”며 “행정감사도 받아야 하고 예산안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알아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대해 환수위원장은 “식당에 식사하러 오라고 강요한적은 없다”며 “우리 식당이 맛있어서 많이 찾아온 모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