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 최우선 목표는
제대로된 룰 있으면 자연스레 좋은 경기
온라인 플랫폼 특성맞춘 심사 지침 검토
사후규제 초점…“새로운 의무부과 아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경기 룰을 만들고 싶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남은 2년 3개월의 임기 내 꼭 달성하려는 과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을 스포츠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는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심판인 동시에 정원사 역할을 한다”며 “제대로 된 경기 룰을 만들고 심판 역할을 하면 자연스레 좋은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 경기장에서도 공정위가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조 위원장은 “경기 룰을 잘 만들면 기존 사업자는 룰에 따라 생산·영업을 하고, 새로운 경쟁자도 자유롭게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며 “그럼 궁극적으로 소비자후생이 증진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비가 온다고 심판을 보지 않는다면 그 경기는 엉망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경쟁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코로나19로 ICT 산업의 경쟁 룰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역설했다.
조 위원장은 “코로나19는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커다란 이벤트”라며 “한 번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는 오프라인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렇다면 주요 경쟁, 소비자 이슈가 온라인상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위원장의 계획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특별팀(TF)을 구성, 내년까지 온라인 플랫폼 분야 불공정행위 심사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일종의 ‘경기 룰’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배달 음식점-주문자 등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성격이 다른 두 부류의 고객 그룹’을 연결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양면 시장에서 활동한다.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이 대표적이다. 단면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기존 심사기준으로는 불공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영업 전략도 새로워지고 있다. 자사 우대, 멀티 호밍(multi-homing) 차단, 최저가보장요구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현행 심사기준은 이러한 행위를 예시하고 있지 않아 법 집행에 한계가 있다.
조 위원장은 균형 잡힌 ‘경기 룰’이 만들어지면 ICT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플랫폼 분야 규제에 대해 “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라며 “변화가 빠른 신산업시장에서의 과잉집행은 자칫 혁신 의욕을 저해할 우려도 있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특성상 ‘락인(lock-in) 효과(이용자를 묶어두는 것)’가 강한 만큼 지침과 같은 사후규제보단 별도법을 만들어 사전에 규제하는 방법도 검토하냐는 질문에는 “우선 현행법 범위에서 가이드라인을 기업에게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