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생태계 형성되면 대기업도 이익
지배구조 투명성·주주가치 증대 효과
이재용 부회장 발표 준법의지 ‘긍정적’
실천적인 방안 더 내놓으면 좋을 듯
소유구조 투명성 확보 지주사 전환 권장
부작용 우려…과도한 혜택 부여 재고려
카카오, 새로운 산업 영위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상 대기업 지정에 문제 없어
경기도 공공배달앱 개발 비판 목소리엔
경쟁 촉진 측면 긍적적불구 효율성 의문
대담 : 이해준 선임기자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만난 조성욱 (56) 공정거래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강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공정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총수일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사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가 아직 선진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최근 이슈가 됐던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경제가 좋지 않더라도 시장경제의 ‘심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상생’이라는 단어를 다섯 차례 이상 언급하기도 했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룰을 만들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의 재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어려운데 법 개정은 기업들의 활동을 더 제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타이밍 이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렵다는 데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렵더라도 경제 질서를 확립할 의무를 외면할 수 없다.
위기 상황일수록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진다. 이들까지 보호하는 게 상생경제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상생 생태계가 형성되면 대기업들도 혜택을 누리게 된다. 사익편취가 줄고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기업과 주주 가치는 더욱 증대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법 개정은 규제 강화보다는 ‘합리적 재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벤처지주회사 관련한 규제를 과거보다 훨씬 완화했고, 형벌 규정도 일부 폐지했다.
-1987년 도입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도입 취지를 달성한 만큼 변화된 시대에 맞춰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 시책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그룹만 사전규제를 통해 별도 관리하고, 나머지 그룹들은 시장에서 감시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제반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지배구조 아래에선 사후 규제만으로 기업집단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이나 위법행위를 통제하기 곤란하다.
-태생부터 상호출자 우려가 없는 IT벤처기업 카카오까지 감시대상에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 ‘재벌’이라는 낙인을 달고 해외 사업을 해야 하고, 매년 수천 페이지의 공시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를 볼 때 최정점에 있는 사람이 기업이냐 개인이냐 문제가 중요하다. 지난달 IMM인베스트먼트를 사모펀드로는 처음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기존 사모펀드와 달리 지배구조 정점에는 개인이 있었다.
카카오는 새로운 산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최대주주나 최고경영진과의 이해관계와 긴밀히 얽혀있다. 업종보다는 최대주주나 최고경영진과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
그리고 상호출자나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없다면 규제서도 자유로우니 대기업집단 시책에 문제가 없다.
- 이사회 중심 경영이 사전 규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이사회 내 위원회가 증가하고, 사외이사 비중도 증가하는 등 대기업집단 스스로가 지배구조를 개편해나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들이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어 실효성 부분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특히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이 아직 미흡하다.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현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와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총수일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독립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관행적인 경영세습보다 경영 성과와 책임의 정도에 대한 주주의 평가에 따라 경영승계가 이루어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지난 9일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달에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어떻게 봤나.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 이 부회장의 발표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이라고 봤다. 경영권 4대 세습을 포기하고 노조를 허용해 법을 지키겠다는 의지에 대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실천적인 방안을 더 내놓으면 좋겠다.
- 최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전히 지주회사 전환을 권장한다.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데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과거만큼 지주회사에 대한 혜택을 줘야 할지에 대한 재고려가 있었다. 실제로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보니 과세 특례를 활용한 지배력 확대, 손자·증손회사 중심의 계열확장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게다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는 선진국의 지주회사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은 자회사의 지분을 일부만 소유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지주체제를 유도하기 위한 과도한 특혜를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11월부터 백화점, 아울렛 등 대형 유통업체는 세일 행사를 할 때 판촉 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다 지난 4일 다시 이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1년도 되지 않아 규제를 완화했는데, 지난해 발표한 지침이 너무 엄격했다고 판단하나.
▶코로나19로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서 을인 납품업자의 상황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만난 패션업체는 매출액의 90%가 줄었다고 호소하더라. 판촉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세일 행사를 열어 재고 소진을 해야 한다며 공정위에 먼저 갑인 유통업체의 판촉비 분담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달걀 등 신선식품 업계는 오히려 수요가 늘어 세일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한다. 만약 지난해 특약매입 심사지침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본인 의사에 따라 세일 행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거다.
판매 촉진행사 가이드라인을 운용해 보고 연말께 향후 판촉비 부담 기준에 관한 제도개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경기도가 공공배달앱을 개발 중이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보나.
▶국내 배달앱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온다는 것은 경쟁 촉진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적절하고 효율적인 대안인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
-올 상반기 약 여덟 차례 현장 방문을 하면서 상생협력이라는 단어를 반복 언급했다. 공정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중소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결국 원사업자인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 나아가 우리 경제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위기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더욱 중요하다.
사후적인 감시·제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다. 모범거래기준·표준계약서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자율적인 상생문화 확산을 유도하겠다.
정리=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