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고위험시설·학원 등 전자출입명부 의무화에도…무료급식소 등 사각지대 여전

다중이용시설 모이는 노인들, 감염병 취약…출입명부 자율 도입 등 방역 관리 필요

지난 12일 낮 12시30분께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지난 12일 낮 12시30분께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무료 급식소, 기원(棋院) 등 고령자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한 출입명부 마련 등 방역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클럽 등 고위험 시설과 학원, PC방 등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의무화한 만큼 이들 시설에도 전자출입명부를 자율 도입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무료 급식소, 기원 등 고령자 이용이 많은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이 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설에서 자율적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정도다.

지난 12일 낮 12시께 폐쇄된 종로구 탑골공원 돌담을 따라 50여m 줄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2월 23일부터 주먹밥, 빵 등을 제공했던 A무료급식소가 이달 1일 다시 문을 연 탓이다. A무료급식소의 강모 총무는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350명 넘게 왔으나 다시 문을 연 이후부터는 250인분 식사를 준비하는 등 인원을 조정하고 있다”며 “식당 내 칸막이를 설치하고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을 제한하는 식으로 감염 예방 관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100m 남짓 떨어진 B무료급식소는 이미 주먹밥을 나눠주고 다음날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B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여전히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주먹밥 등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에 인원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도록 오전 7시 반에 번호표를 나눠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A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한 사람은 총 274명이었다. B무료급식소에서 마련한 주먹밥 300인분도 배부 시작 10분 만에 동이 났다. 급식소 측은 인원을 세고 체온을 잰 뒤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지만 출입명부까지 작성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A급식소에 줄을 선 이들의 간격은 1m도 되지 않았고 식당은 30명 남짓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다. 설치된 칸막이 역시 성인이 허리를 펴면 맞은 편 사람과 눈이 마주칠 정도로 높이가 낮았다.

인근 기원의 사정도 무료급식소와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 기원 5곳 중 출입명부를 작성하거나 체온을 재는 곳은 없었다. 하루 이용료 4000원, 관전료 3000원 등 소액 현금 계산이 많은 탓에 결제 내역을 통해 출입 인원이나 명부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원을 찾는 인원은 반토막 났다지만 30~50명의 인원이 장시간 밀폐된 한 공간에서 함께 머무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C기원에서 45㎝ 길이의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양측이 모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경우는 30명 넘는 사람 중 8명에 불과했다. C기원 원장은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오다 보니 일일이 마스크를 끼라고 하기 어렵다”며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바둑판과 바둑돌을 매번 소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급식소, 기원 등 다중이용시설은 방역당국의 사각지대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료급식소 방역 관리에 대한 헤럴드경제 문의에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는 “무료급식소 방역과 관리는 종로구 보건소 담당”이라며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이어 “기원은 출입명부 의무 작성 대상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며 “하루에도 오가는 분들이 워낙 많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13일 사이 발생한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은 134명으로 전체 신규 확진자의 40.4%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달 10일부터 고위험 시설인 헌팅포차 등 8개 업종, 12일부터 학원과 PC방에 전자출입명부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자에 대한 방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 시설 등 최근 고령 확진자 증가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라며 “출입명부 작성은 역학조사 차원에서 모두를 위해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