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장 인터뷰
최근 코로나19, 이천 참사 등 재난 잦아
트라우마 악화시 PTSD...함께 이겨내야
[헤럴드경제] “유가족과 소방관, 경찰관 등. 재난 현장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코로나19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 경북 안동산불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준비라도 한 듯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 부장이 강력한 어조로 이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화재현장에서 본 유가족들은 크게 트라우마를 호소했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관과 경찰관 등 ‘재난 근무자’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어요. 재난을 겪지 않는 제삼자라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를 접하고 트라우마를 호소할 수도 있죠. 많은 사람들이 일상속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트라우마란 재난 피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그 주위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종의 ‘상처’. 피해자들이 재난 당시의 상황이 눈앞에 재연되는 듯한 경험을 하고, 때로 몸에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극심한 고통을 느낀 피해자들은 인생이 피폐해지고,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만난 심 부장은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가적인 재난이 연이어 닥쳐온 상황에서 심 부장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 부장의 역할은 ‘트라우마 전문의’다.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는 일이다. 심 부장은 이를 통해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피하지 않고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트라우마 환자들에게 제가 의사로서 해드리는 것은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거예요. 피해자분들의 경험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재난을 겪고서 여기서 생명의 위협을 당한 이들은 크게 나약한 상태가 됩니다. 이분들의 재난 경험을 정당화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게 정상화 과정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하지만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라우마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질 수도 있다. PTSD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PTSD를 겪는 환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심하게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알콜중독, 약물중독에 빠지기 쉽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소방관과 경찰관 분들이 PTSD 증상을 많이들 호소하십니다. 몸은 건강한데 재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통증을 느끼고, 일부는 성격이 변하셨다고도 말하세요. 이분들의 문제를 돌이켜보면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트라우마를 치료 못한 환자분들은 PTSD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주위에서 트라우마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 심 부장은 ‘지지체계’를 세워주기 위한 주위 사람들의 노력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실질적으로 와닿을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도 트라우마 극복에 힘이 된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응원해주고 있는지, 나에게 공감을 해주고 있는지를 일깨워 주는 게 지지체계입니다. 코로나19 신드롬에 집에 격리됐던 한 어르신이 주위 이웃이 보내준 반찬 같은 거죠. 평상시에 가깝지 않았던 누군가가 자신을 신경써준다는 데 사람들은 힘을 얻습니다. 이처럼 서로 응원해주며 지지체계를 세워주고 서로 아픔을 공감해주는 게 한국사회가 겪은 재난들과 그 트라우마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재난이 끝난 뒤에도 우리사회가 한층 발전할 겁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경기 이천경찰서에서 가진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천 화재는 공사장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건물 천장의 벽면 우레탄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사고발생 48일만에 나온 공식발표다. 지난 4월 당시 발생해 38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발생한 것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김성우·박이담 기자 zzz@heraldcorp.com
유충민·우원희 PD
허연주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