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 일부지역ㆍ바르셀로나에서 실험
고용에 미치는 영향 거의 없어…근로의욕 저하 우려
스위스 2016년 기본소득 헌법규정 국민투표 부결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국가들 중에서 실제로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아직까지 한 국가도 없고 기본소득 실험을 한 경우도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시행된 기본소득 실험도 특정 도시에서 이뤄진 경우이고 국가 전체단위의 실험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실시한 핀란드가 유일하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전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 금액을 최소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실험은 1970년대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실시됐었다. 캐나다는 전 국민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돈을 주는 이른바 ‘민컴(MINCOME) 실험’을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6년 6월부터 3년간 빈곤층 4000명에게 연 1만7000 캐나다달러(1500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하기도했다.
미국의 경우 닉슨 대통령 재임시절 가족부조계획이 의회에서 논의됐지만 의회가 “너무 이르다”며 제동을 거는 바람에 무산됐다. 알래스카주는 1974~1982년 원유생산 수익금을 매년 시민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가 2016년 기본소득을 헌법으로 규정하고 월 2500스위스 프랑(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부결됐다.
2018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시가 빈민 지역 1000가구를 무작위로 선정해 주민 개개인이 아니라 가구당 월 1000유로(약 135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고용증가나 창업·구직의욕, 직업훈련 참여 등 고용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실험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핀란드에서 딱 한번 이뤄졌다. 핀란드는 인구가 554만명에 불과해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 수준이고 사회보장 수준도 높다. 2000명의 실업자를 무작위로 뽑아 실업급여 대신 매달 560유로(75만6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다른 실업자 집단과 고용효과를 비교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OECD가 2017년 영국과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4개국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핀란드·영국·프랑스에선 빈곤율이 증가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빈곤율이 낮아졌다. OECD는 그 이유로 “이탈리아의 사회보장제도는 부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OECD는 “최저보장 소득 수준만큼 기본소득을 주려면 증세가 필요하다”며 “국민 대다수의 세금 부담이 올라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기본소득은 혜택을 보는 사람과 불이익을 입는 저소득층으로 나누게 되고, 이는 결국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