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홍콩 시민의 도심점거 시위가 빈부격차 때문이라는 지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홍콩이 전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 중 하나”라며 “지난 17년간 대졸 초임 연봉이 19만8000홍콩달러(약 2730만원)로 고작 1% 올랐다”고 보도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근로자의 명목 임금 상승률은 영국에서 독립한 다음 해인 1998년 이래 17% 상승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물가상승률을 따라간 것일 뿐 실질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홍콩대학의 조 렁 교수는 “저숙련 노동자들은 협상력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본토 인구 유입에 따른 싹쓸이 쇼핑과 살인적인 집값상승, 청년실업 급증은 서민과 젊은층의 고통을 심화시켰다. 시위대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인 것도 그 방증이다.

홍콩시립대학의 조셉 청(정치학)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집값과 식료품가격 폭등으로 어쩔수 없이 부모와 함께 산다”고 말했다.

WSJ은 “대다수 홍콩인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교환에 따른 결실이 노동자 계층에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배를 불린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주택 소유자나 중국 본토인을 상대로 한 명품 매장 주인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홍콩 집값은 2009년 이후 두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에만 평균 30%가량 폭등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일례로 약 4.8평 크기의 민영아파트가 100만홍콩달러(약 1억3560만원)에 달했다.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의 자산은 1997년 124억달러(13조3000억원)에서 최근 314억달러(33조7000억원)로 3배 치솟았다.

WSJ은 “지금의 홍콩은 한 세대 전에 비해 분명 번영했지만, 중산층은 짓눌림 속에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은 임금삭감과 연금축소, 주택 보조금이나 교육비 혜택이 줄어든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홍콩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11년 0.537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빈부격차가 극심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홍콩 전체 인구 약 600만명중 130만명, 즉 인구 5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부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지만 홍콩 정부는 친기업적인 성향을 더욱 노골화하면서 자본소득세나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부를 분배하려는 매카니즘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WSJ은 지적했다.

홍콩폴리텍대학에 재학 중인 충위얀은 “기성세대가 떠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은 일자리 시장에서 설 곳이 더 없어질 것”이라며 “이는 벗어나기 힘든 현실이고, 시위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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