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요감소를 겪던 주유소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잇달아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주유소 인수자를 구하는 게시글들이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불황의 늪이 깊어진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1449개로, 작년 같은 기간(1만1511개)과 비교하면 1년 사이 62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이들 주유소가 대부분 별도의 안전조치 없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주유소를 휴업 또는 폐업할 때 위험물시설을 완전히 철거하는 ‘용도폐지’ 신고나 위험물의 저장·취급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중지’신고를 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신고 강제성이 없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주유소 업주들 또한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도 이러한 안전조치나 비용지출을 피하기 위해 겉으로는 휴업을 택하고 있다. 주유소를 폐업할 경우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최소 1억원에서 5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유소 내 관련시설 철거비용뿐 아니라 부지 내 토지오염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환경개선부담금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난으로 폐업을 결심했지만 그에 뒤따르는 비용 때문에 폐업마저 쉽사리 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전국에는 흉물처럼 방치된 유령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방 중소도시로 갈수록 심해진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기본적으로 땅값이 보장되고 부지개발에 따른 미래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자를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다. 반면 외곽지역이나 차량통행이 뜸한 곳에 있는 주유소들은 인수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결국 기약 없이 ‘폐업 같은 휴업’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닫은 주유소가 아무런 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화재위험 등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유령 주유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주유소 폐업 지원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 경영 악화 등의 사유로 폐업한 경우 시설 철거 등 폐업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임기 만료로 해당 법안들은 자동 폐기됐다.
그 사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유령 주유소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단순히 주유소 업계만의 문제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환경오염은 물론 주유소가 자리 잡은 지역사회 일대의 안전문제까지 결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강화를 비롯해 주유소 폐업 촉진을 위한 제도 마련과 나아가 주유소 부지 활용 방안 등의 구체적인 논의가 여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