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는 거의 마지막 남은 ‘신비주의’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그 신비주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미 이지아와의 숨겨진 결혼과 이혼사실이 발표된 지 오래다. 게다가 그는 이은성과 재혼해서 딸을 가진 아빠가 됐다. 일상으로 내려온 그의 이미지는 신비주의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가 KBS ‘해피투게더’에 단독 출연해 유재석과 1대1 토크를 갖는다는 사실에 대중들은 반가워하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것은 방송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겠다는 행보는 반갑지만, 그러기 위해 프로그램 형식을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바꾼 듯한 그 행보가 마치 여전히 신비주의 시대에 머물고 있는 시대착오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닐 것이다. 서태지는 이제 대중들의 품으로 들어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지막 신비주의’라 일컬어지는 만큼 그 높은 곳에서 연착륙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는 신곡 발표에 있어서도 일종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조심스러움을 보였다. ‘소격동’이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아이유와의 독특한 콜라보레이션을 한 것은 그래서다.

정서적인 저항감이 남아 있지만 노래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게다가 ‘해피투게더’ 녹화에서 서태지는 의외의 소탈함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방송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서태지의 달라진 행보에 대해서 벌써부터 언론은 뜨거워진 상황이다. 서태지는 또한 9집 앨범 음원발매에 맞춰 ‘스타 뮤직룸’을 오픈한다고 한다. 서태지 본인의 음악은 물론이고 자신의 추천음악을 올릴 예정이라는 이 스타 뮤직룸의 목적은 ‘더 폭넓은 대중들과의 소통’이다. 신비주의라는 버거운 옷은 그렇게 조금씩 벗겨져 나갈 것이다.

한편 최고의 예능 MC로 자리해온 유재석의 최근 행보가 흥미를 끈다. 유재석은 자신이 MC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방송에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것은 자신의 이미지 관리 때문이다. 이미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집중시키려는 의도다. 그런 그가 최근 잇따라 다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이색적인 행보를 보였다. SBS ‘붕어빵’에 개그맨 염경환의 아들 염은률군의 간곡한 부탁으로 출연한 유재석은 그와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또 유재석은 JTBC ‘히든싱어3’ 이적편에도 전화로 참여했다. 물론 이적과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지만 이제껏 지상파만 고집했던 그로써는 이례적인 일이다.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버거운 ‘이미지 권력’을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다. 유재석은 여전히 ‘유느님’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그가 보인 일련의 행보를 보면 그 역시 이런 이미지 권력이 가진 무게감을 버거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점점 내보이려 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로서의 자신이다. 서태지는 음악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고, 유재석은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점점 ‘투명함’이 하나의 강령이 되고 있는 시대에 이미지만으로 권력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실체는 바깥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무수한 매체가 만들어낸 시대의 징후. 그것은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일까. 모든 것이 드러나는 시대, 우리는 이제 모두 알몸으로 세상과 맞서야 한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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