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대회든 아니면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의 라운드든, 골프 스포츠가 당면한 큰 숙제 중 하나는 플레이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로대회에서는 각 투어의 위원회가 벌타 또는 벌금 제도를 도입하여 선수들을 점점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데, 대회가 아닌 명랑골퍼들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18홀의 플레이를 끝내야 하는 명랑골프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언제나 플레이 속도이다. 조금 늦어지면 캐디도 예민해지고, 골퍼들도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플레이를 망쳐버릴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조의 골퍼들과 캐디가 한 팀이 되어 유기적으로 협조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여유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명랑골퍼의 한 사람이자, 대한골프협회의 규칙위원으로 라운드를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요령을 고민해봤다. # 앞만 보자가장 중요한 원칙은 앞 조와 스타트 시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면 완벽한 속도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앞 조의 위치를 확인하며 따라가야 하고, 뒤 조는 따라오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뒤 조가 따라오지 못한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앞 조를 놓치면 우리 조의 속도가 늦은 것이다. 또 뒤 조가 아주 가까이 붙어서 따라오더라도 앞 조를 정상적으로 따라잡고 있다면 우리 조는 아무 잘 못이 없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언제나 앞 조만 보면서 플레이하면 그만인 것이다. # 카트이용 요령티샷 후 세컨샷 지점까지 카트를 타고 이동해서 자기 볼의 위치로 갈 때에는 반드시 클럽을 두세 개 뽑아서 가야 한다. 빈손으로 볼에 가서 거리 측정기를 찍거나 캐디에게 거리 물어보고 필요한 클럽을 가져오라고 요청한다면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혹시 카트를 타지 않고 운동 삼아 걷기를 원하는 골퍼라면 속보로 자기 볼의 위치에 가서 클럽을 갖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플레이 속도가 늦고 있다면 그 홀에서는 카트를 타는 것이 맞다. 특히 티샷의 거리가 가장 짧게 나간 플레이어는 세컨 샷을 먼저 쳐야 하므로 반드시 카트로 이동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 남은 거리 체크캐디에게 자기 샷의 거리를 물어보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코스에는 보통 그린 '센터'로부터 50m 단위로 거리 표시가 되어있다. 내 볼이 100미터와 150미터 말뚝 사이에 있다면 목측으로 대충 거리를 계산할 수 있고 거기에 오르막과 내리막, 앞 바람과 뒤 바람, 앞 핀인지 뒤 핀인지를 감안하여 목표거리를 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캐디에게 거리를 물어봐도 어차피 같은 방법으로 대충 계산한다. 예상한 거리가 나오면 클럽을 두 세 개 가지고 가서 거리 측정기를 찍어 보거나, 느낌상 자신감이 있는 클럽으로 샷을 하면 된다. # 쇼트게임 클럽한 유튜브 동영상에 전문캐디가 명랑골퍼들에게 가장 주문하고 싶은 것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발 세컨드 샷 할 때 어프로치(클럽) 좀 가지고 가세요. 어차피 못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맞다. 100m 이상의 거리에서 어프로치샷을 하게 된다면 그린에 올리지 못 할 경우에 대비해서 쇼트게임에 필요한 클럽도 함께 가져 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어프로치 샷 후에 카트로 돌아오지 않고 그린 쪽으로 바로 이동해서 새 클럽을 가져오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핸디캡 15-20 정도를 치는 플레이어가 18홀 중에서 레귤러 온 그린을 할 수 있는 확률은 20% 정도이고, 핸디캡 5-10 정도를 치는 실력이라도 35% 정도니까, 어프로치 샷 이후를 대비한 숏게임용 웨지를 가지고 카트를 떠나라고 권한다. 100타 정도를 치는 골퍼라면 그 확률은 10% 미만이다.# 퍼팅 준비자기의 볼이 온그린 되었다면 그 볼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 동반자들이 모두 온그린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가 마크 하고 집어 올린다. 캐디는 홀에서 가장 먼 볼부터 닦아주도록 훈련이 되어 있으므로 캐디를 기다리며 퍼팅라인을 읽고 자기 볼을 닦는 동안 오른쪽, 왼쪽 브레이크나 오르막, 내리막을 물어볼 수 있다. 자기의 순서가 오면 바로 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가 스스로 원위치에 볼을 놓고 퍼팅을 끝내는 것도 기본이다. 자기의 퍼팅 순서가 되어서야 그린의 브레이크를 읽기 시작하는 골퍼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캐디에게 볼을 집어서 닦은 후 라인까지 정렬해서 놓아달라고 요구한다면 플레이 속도를 맞출 수 없게 되고 퍼팅 라인을 읽어내는 본인의 능력도 향상되지 않는다.
# 캐디도 동반자이렇게 골퍼가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럼 캐디는 뭐 하는 거냐?"고 반문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캐디도 해당 라운드 동안 우리의 동반자이다. 캐디가 편하게 일한다면 우리 조의 플레이 속도는 무척 빨라질 것이므로 플레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4인 플레이에서 한 명만 위의 원칙을 지켜도 플레이 속도는 제법 빨라진다. 만일 두 명 이상이 그렇게 움직여 주면 주어진 플레이 시간은 충분해진다. 경험이 많은 캐디는 첫 홀에서 그 조 골퍼들의 움직임만 보고도 플레이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플레이 지연의 문제가 없는 조라고 판단하면 더 잘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으며 함께 팀웍을 맞출 것이다. 유쾌한 라운드가 되는 것이다. # 빨리치는 즐거움플레이 속도가 빨라지면 티샷에서 오비를 내고 오비티로 나가는 대신 원위치에서 다시 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된다. 플레이 속도가 지켜지는 한 캐디가 오비티로 나가서 치라 마라 참견할 필요가 없다. 확실한 것은 플레이 속도가 빨라지는데, 오히려 여유가 생기면서 스코어는 훨씬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플레이 요령을 익히면 우선 골프 기량이 향상되고, 외국에 나가서 캐디 없이 플레이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을 때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국제적인 전천후 명랑골퍼가 될 것이다. 한국의 명랑골퍼들이 한 가지씩 실천해 보면서 더 멋진 골퍼가 됐으면 한다. *박노승: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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