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반등 노리던 반도체 시장…기대치 하향
배터리, 태양광 1위 가시권에서 탄력 상실
디스플레이업계 글로벌 휴대폰 TV 수요 감소에 타격
[헤럴드경제 재계팀] 코로나19가 중국과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국내 탑티어(top-tier) 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직원들의 확진 사례가 속출하며 공장 셧다운과 재개가 반복되며 생산 피해가 급증하는 동시에 코로나19 급속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까지 덮치고 있다. 공급과 수요 모두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이 사이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은 확신자수가 감소세에 들어서며 산업 생산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태양광 업계 등에게는 이중고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선두 추격 급한데…배터리·태양광산업 시장 위축에 촉각=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2차전지와 태양광업계는 코로나19가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공격적인 시설 투자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붇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 위축시 적잖은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국내 3사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선두권 기업과의 격차가 줄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진 것이 부담이다.
배터리 업계는 현재 중국과 일본 기업의 견고한 양강구도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가 도전하는 지형이다. 하지만 배터리 3사는 이번 사태로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자동차 기업과 IT 기업의 생산이 부진한 탓에 일부 배터리 기업의 가동률도 조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SNE리서치는 “향후 중국 시장이 회복되면서 CATL을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이 다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 파나소닉도 당분간 건재할 것으로 보여 미래 시장 상황이 한국계 3사에게 계속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의 수혜를 입고 있는 국내 태양광업계도 코로나19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유가 급락도 태양광 업계에게는 악재다. 경쟁 상대인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열을 정비해 전폭 지원에 나서면 이들이 벌일 저가 공세 또한 큰 위협이다. 실제 국내 1위 태양광업체인 한화솔루션의 글로벌 모듈 생산 순위는 2018년 2위에서 지난해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 유럽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태양광 톱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고는 있지만, 한화솔루션 국내 공장이 코로나19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이 멈추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OLED·MLCC…세계 정상의 중간재도 타격 불가피=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현지의 공장 가동률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의 메이저 시장인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대대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간재인 디스플레이의 절대 비중이 휴대폰과 TV 등에 공급되는 만큼 소비 시장의 위축은 대형 악재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현재 LCD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세트 업체에서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진성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으로 도약을 준비해야할 LG디스플레이도 비상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판매량이 줄고 부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세트 판매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계에서도 중국과 유럽 시장의 수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 무라타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휴대폰 판매 규모에 특히 민감하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MLCC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당장 중국 시장에 화웨이 등 대형 휴대폰 기업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국내는 물론 글로벌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다 보니 국내 공장의 셧다운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절대강자 D램 시장…글로벌 수요 급감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D램 메모리반도체는 올해 오랜 가격 조정을 거치고 회복이 확실시 되던 분위기에 코로나19가 찬 물을 끼얹었다. 양사는 적극적인 투자로 대대적인 시설 확충으로 공급 능력이 향상된 만큼, D램 가격이 상승하면 가격 상승분이 고스란히 이익의 증가로 귀결되는 구조였다. 실제 반도체 D램(8기가비트 기준) 고정가격은 지난달 개당 2.88달러로, 올 들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반도체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D램의 주요 수요 섹터 중 하나인 글로벌 휴대폰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해져 큰 폭의 실적 개선 기대치에 대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춘제 기간에만 중국 내 휴대폰 판매가 1년 전보다 50% 이상 줄었으며, 현재 확산이 진행 중인 유럽과 미국 판매량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요 감소 뿐 아니라 혹시나 모를 셧다운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공장이 한 번 멈추기만 해도 천문학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 2018년 3월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약 30분의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돼 손실 규모가 5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