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들 앞다퉈 전문가 영입
예방 중요성 대두…장비 매입도
검찰이 스마트폰을 압수수색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자, 로펌에서도 디지털 포렌식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올해 1월부터 디지털포렌식팀을 ‘ENI(E-discovery&Investigation)’팀으로 개편하며 인원을 30명에서 50명으로 확충했다. 세종은 디지털포렌식팀에 검사 출신의 박기태(45·38기) 변호사와 대검 디지털포렌식 수사관 출신의 성기범 전문위원을 새로 영입하는 등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와 광장은 각각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부장검사 출신의 서영민(51·25기) 변호사와 박근범(53·23기) 변호사가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대검찰청 초대 사이버범죄수사단장을 지낸 정수봉(54·25기)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국내 로펌중 2009년 가장 먼저 영업비밀·기업정보보호 그룹을 출범했다. 영업비밀 침해,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첨단범죄수사부 근무 이력이 있는 정중택(55·21기) 변호사를 필두로 현재 50여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2017년 휴대전화 압수수색과정에도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USB와 마찬가지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고, 휴대전화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 목록도 미리 제공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냈다. 검찰, 경찰 이외에도 최근엔 공정위, 금감원, 관세청, 국세청에서 디지털포렌식을 사용해 수사와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로펌은 각 기관에서 쓰는 디지털포렌식 기기를 동일하게 구비해 평상시 돌려보며 점검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할 때 쓰는 ‘인케이스’, ‘엑스웨이즈’와 공정위가 쓰는 ‘누익스’ 등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광장의 이태엽(49·28기) 변호사는 “각 포렌식 기기당 연간 사용료가 기본 1억원에 달해, 로펌의 자금력이 뒷받침 돼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난 만큼 분쟁도 많이 생기고 있어, 로펌들은 이에 대비한 이디스커버리(E-discovery)팀도 꾸리고 있다. 만일 미국에서 소송이 걸리면 ‘강제 문서제출 명령’인 디스커버리 제도에 따라 그 때부터 회사에 있는 모든 디지털 증거는 손 댈 수 없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은 회사는 소송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이 되므로 평소에 미리 걸러내고 예방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김광준(53·23기) 태평양 변호사는 “작년부터 미국과 EU에서 기업규제가 늘어난 것이 가시화됐다. 이 때문에 이디스커버리팀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화우도 디지털포렌식팀외에 디스커버리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