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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안 소더버그가 유러피언투어 최단 시간 라운드 기록을 세웠다. [사진=유러피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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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투어챔피언십 마지막날 뛰어서 라운드 하는 케빈 나를 따라 스코어 기록자도 뛰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미국골프협회(USGA)는 3명이 동반 플레이를 할 때 한 라운드를 4시간35분, 2명일 때는 3시간58분 이내로 끝내도록 권고한다. 투어에서는 간혹 혼자 라운드를 하게 되는데 시간은 더욱 단축된다. 최근 유러피언투어 오메가두바이클래식에서 세바스티안 소더버그(스웨덴)가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두바이의 에미레이트골프클럽(파72 735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한 라운드를 1시간37분만에 마쳐 투어의 최단 시간 경기 기록을 22분 앞당겼다. 소더버그는 대회 파이널 라운드에서 컷을 통과한 71명 중에 최하위로 혼자 출발해 97분 동안 18홀을 돌면서 3오버파 75타를 쳤다. 오전 7시10분에 4라운드를 시작해 8시47분에 마쳤으니 홀당 평균 5분38초가 걸렸다. 유러피언투어의 종전 기록은 지난해 이탈리아오픈에서 토마스 피터스(벨기에)가 세운 1시간59분이었다. 각 투어 별로 최단 라운드 기록이 있다. 재미교포 케빈 나는 지난 2016년 9월26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투어챔피언십 마지막 날에 혼자서 경기했다. 30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제이슨 데이(호주)가 3라운드를 마치고 기권하면서 혼자 최종 라운드를 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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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골프 대회는 클럽을 스스로 들고 뛰어서 라운드 하는 이색 스포츠다.

케빈 나는 4라운드를 정확히 1시간59분52초 만에 마쳤다. 물론 최종 성적은 13오버파로 꼴찌였으나 이날은 이븐파로 마치면서 그가 친 4라운드 중에 가장 성적이 좋았다. ‘늑장 플레이어’로 지적을 받던 케빈 나는 이날 1번 홀 티 샷 이후부터 캐디인 케니 함스와 함께 다음 샷을 칠 위치로 달렸다. 함스는 “달리기에 대해 미리 얘기한 적이 없고 첫 홀에서 내가 언덕으로 달렸더니 케빈도 달렸다”고 말했다. 비공식 PGA투어 최단 시간 기록을 세운 뒤로 케빈 나에게는 ‘슬로우’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기록은 1년이 지나지 않아 깨졌다. 트릭샷으로 유명한 웨슬리 브라이언(미국)이 다음해인 2017년 9월18일 일리노이 레이크포리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인 BMW챔피언십 마지막에 18홀을 1시간29분 만에 뛰어서 라운드를 마쳤기 때문이다. 70명만 출전하는 이 대회 마지막날 대니 리(뉴질랜드)가 기권하면서 혼자 경기하게 된 브라이언은 첫 조로 출발해 샷을 하고는 다음 샷을 하는 위치까지 뛰어서 이동하고, 멀리 떨어진 캐디와는 클럽을 던져서 주고받는 등 기록 경신을 위해 노력했다. 한 홀당 평균 4분94초가 걸렸고 브라이언은 2언더파 69타를 쳤다. 앞서 두 명이서 정상적으로 치른 3라운드까지 76-71- 72타로 한 번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브라이언이 경기를 마쳤을 때 바로 뒤 조는 절반인 9번 홀에도 못미쳤다. 그래도 브라이언은 최종합계 4오버파 288타로 최하위인 69위에 머물렀다.여자 대회에서도 최단 시간 기록이 있다. 지난해 4월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윌셔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휴젤-에어프레미아LA오픈 3라운드에서 이미림(30)은 8시에 1번 홀을 출발해 10시26분에 18홀 경기를 마쳤다. 2라운드까지 컷 통과 선수가 71명이 되면서 2인 1조로 조편성을 마친 뒤 홀로 남았기 때문에 혼자 경기해 2시간26분만에 18홀 라운드를 마쳤다.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를 적어내면서 마지막날은 순위를 40계단 끌어올린 공동 25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미림의 플레이 시간은 여자 대회 최단 시간 기록에는 훨씬 못 미친다. 1997년 웰치스 서클K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앨리스 밀러(미국)는 1시간26분44초만에 경기를 마쳤다. 1993년 LPGA투어 회장을 역임하고 메이저 1승에 LPGA투어 8승을 쌓은 밀러는 신장 178센티미터의 장신이었으나 당시 나이 42세였다. 이날 밀러는 1언더파 71타를 쳤고 꼴찌를 면했다.

프로 골프대회가 아닌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의 최단 시간 라운드 기록도 주목할 만하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남아공의 한 골퍼가 프레토리아의 우드힐 골프이스테이트(18홀 전장 6995야드)에서 26분37초만에 92타를 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카트를 타는 등의 도움을 받아 라운드를 마친 기록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 애호가층이 있는 뛰어서 라운드하는 스피드골프를 1979년에 창시한 스티브 스콧(미국)은 지난 1982년12월2일에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밀러 골프코스에서 18홀 한 라운드를 29분33초만에 뛰어서 마친 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두 개의 클럽을 들고서 혼자 뛰어서 18홀을 라운드해 95타를 쳤다. 스콧은 원래 트랙 달리기 선수였고, 1983년 헬싱키 월드챔피언십에서 1500미터 달리기에서 은메달을 땄다. 1982년7월7일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1마일 달리기 경기에서 3분47초69를 기록해 미국 최초로 3분50초대를 경신하기도 했다. 따라서 최단시간 18홀 라운드 항목에서는 스콧의 기록이 불멸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