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루에 5만 가지 이상의 생각을 한다. 그 생각 중 상당수는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걱정거리와 고민거리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 중 40%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일들이다. 나머지 30%는 과거에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한 후회 일 뿐이다. 아무리 걱정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다. 나머지 12%의 걱정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심리 때문에 생기는 열등감과 비판 등이며, 나머지 10%는 건강에 관한 걱정으로 지나친 건강염려증은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한다.
결국 8%만이 걱정해도 될 만한 합리적인 걱정이다. 8%의 걱정을 제외하고는 걱정하느라 시간과 인생만 낭비하는 쓸모없는 걱정거리인 셈이다.
사람은 고민하고 걱정하는 존재다. 해결되지도 않을 고민거리를 붙들고 밤잠까지 설쳐가며 일어나지도 않을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밤새 걱정의 기와집 몇 채를 지었다 허물었다 한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또 걱정을 한다, 불면증이라고.
김정운 교수는 그의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비슷한 주장을 한다. ‘심리학에서 보는 걱정거리의 실제’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걱정하는 것들의 40%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것들에 대한 걱정이며, 22%는 아주 사소한 일들에 관한 걱정이요,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4%는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일들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앞선 통계와 수치는 조금 다르지만, 결론은 대동소이하다. 말하자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걱정해봤자 소용없는 일들이요, 나머지 4%만이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우리가 걱정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 4%의 걱정거리에 매달려야 한다. 그 4%는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내일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96%의 쓸모없는 걱정을 위해 시간을 허비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걱정거리들을 붙들고 어제의 걱정 오늘 또 하고, 오늘의 걱정 내일 또 한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걱정하는 사이에 정말로 걱정해서 해결해야 할 4%의 진짜 걱정거리들은 방치된다. 해결되어야 할 걱정거리가 방치되므로 걱정거리의 총량은 절대로 줄지 않는다. 줄지 않기만 할까? 새로운 걱정거리들이 자꾸 생겨나기 때문에 걱정거리의 총량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걱정도 습관이다. 이렇게 걱정거리를 눈덩이 굴리듯 키워가기만 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걱정거리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걱정거리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걱정은 두려워하거나 걱정한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쓸모없는 걱정거리는 과감하게 생각에서 지우고, 해결할 수 있는 걱정거리들만 분류해 하나하나 해결해야 줄어든다.
어느 날 밤, 프랑스 토르와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쿠에(Emile Coué: 1857~1926)에게 시간이 늦어 병원에 가지 못한 사람이 약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처방해줄 만한 약재가 없어 거절했지만, 환자는 통증이 너무 심하다며 간절히 부탁을 했다. 더 이상 거절할 수 없게 된 쿠에는 고민 끝에 진통효과는 없지만 사람에게 해를 주지는 않는 포도당 알약을 거짓으로 만들어주었다. 놀랍게도 환자는 그 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 약효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고, 이것이 바로 위약효과, 즉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플라시보는 라틴어로는 ‘마음에 들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쿠에는 이에 관심을 갖고 많은 환자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치료효과가 포장이나 광고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약에 대한 믿음에 따라 약효가 달라졌던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를 발견한 후 자기암시의 놀라운 힘에 매료된 쿠에는 최면술까지 배워 1910년에 암시요법 시술소를 만들었다. '나는 좋아지고 있다. 하루하루 더 좋아지고 있다.' 혹은 '나는 고통이 줄어들고 있다.'와 같은 자기암시를 치료에 사용한 것이다. 물론 플라시보와 자기암시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당시 학계에서는 쿠에를 비웃었다. 하지만 쿠에는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많은 강연을 했고, 그의 이론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보란 듯이 유효하다.
이후 플라시보 효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약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예를 들어 밀가루나 녹말로 진짜 약과 똑같이 생긴 가짜 약을 만들고 식염수로 주사약을 만들어 환자에게 복용시키거나 주사를 놓으면 열 명 가운데 서너 명의 환자에게서 치료효과가 나타난다. 최근에는 의료분야 영상기기가 발달해서 눈으로 플라시보 효과를 확인할 수도 있게 되었다. 미시간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에서 스킨로션을 통증 억제제라고 소개면서 실험 대상자에게 바르고 전기 충격을 주는 실험을 한 것이다. 그리고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를 이용해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스킨로션을 바르지 않고 전기 충격을 주었을 때보다 통증을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마음가짐이 뇌와 인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명한 증거로 볼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가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신비스러운 일로 남을 현상들, 즉 위약효과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때로 일어난다. 예를 들면 프랑스 피레네 산맥 기슭에 있는 소도시에서 병을 고쳐주는 샘물이 솟았는데, 13명의 환자들이 샘물을 마시고 병을 고쳤다. 이에 대해 루르드 국제의료위원회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샘물을 마시고 병이 나은 사람들은 위약효과를 톡톡히 본 셈인데, 낙천적이고 희망에 찬 마음 상태가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도 뇌의 가소성과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뇌가 사람들의 태도나 감정, 생각과 희망, 마음 상태에 반응하는 것은 확실하다.
웃음에도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흔히 웃음은 만병통치약이자 천연진통제라고 불리는데,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다. 웃음에 치료효과가 있는 이유는 웃을 때 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체내 면역체를 강화시켜 세균의 침입이나 확산을 막아주고 진통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우리가 한번 크게 웃으면 200개 이상의 근육이 움직이는 운동효과는 덤이다. 웃기만 해도 운동이 되고 건강해지고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것이다.
웃음이 이렇게 좋은데 웃을 일이 없어서 못 웃는다고? 그래도 상관없다. 웃음 흉내라도 내보자. 웃을 때도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인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 웃을 일 없을 때 그냥 가짜웃음을 웃어도 진짜 웃음에서 얻는 효과가 그대로 얻어진다. 이것이 웃음의 플라시보 효과다. 그러니 좋은 일이 있건 없건, 일단 웃고 볼 일이다.
뇌는 단순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올해에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상상으로 우리의 뇌를 기만해보자.
▣ 글 : 최창호 심리학박사 / 컬럼리스트 / 헤럴드에듀 전문위원 겸 홍보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