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영역 경계 모호해져

스타트업은 게릴라 전략

빅테크는 플랫폼 내세워

정동 금융회사 위협할듯

[헤럴드경제=박준규·홍태화 기자] 그 동안 금융회사들이 누려온 정부의 ‘인허가 철옹성’이 무너질 전망이다. ‘데이터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금융사와 비금융사간 무한경쟁이 가능해진다. 누가 더 자산이 많으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핀테크는 물론 대기업 빅테크 업체들과 금융권의 승부도 예상된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10일 “데이터 고속도로가 열린 셈”이라며 “누구나 여기에 뛰어들어서 경쟁하게 된다”고 요약했다.

▶핀테크, 날개를 달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마이데이터(MyData) 산업의 출현을 예고한다. 은행, 카드, 보험사 등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이동하는 서비스다. 이를 바탕으로 나오는 신사업, 서비스도 마이데이터 산업의 일부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자기 데이터를 금융사들이 공유하게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제3자(다른 금융사·핀테크)’로의 데이터 이동을 보장하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예컨대 지금까지 핀테크들은 다른 금융사가 가진 고객 데이터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얻었다. 공인인증서를 받아 고객의 거래 금융사에 접속해 계좌·결제정보 등을 하나씩 긁어오는 식이다. 마이데이터 국면에선 실시간으로 모든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금융사가 아닌 통신사, 온라인쇼핑몰 등이 축적한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다.

핀테크들은 온갖 데이터를 한데 모아 아주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대출금리·한도 등도 개인별로 달리 매길 수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은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최소 자본금을 5억원으로 설정,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췄다.

▶대형금융사, 협업 모색 =대형 금융사들은 일단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선 환영이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 기득권’이 사라진다는 건 뼈아프다. 이 때문에 정보공유가 용이한 지주계열의 금융사들의 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금융사들은 신용평가업(CB)에도 주목한다. 여전히 금융정보에 편중돼 이뤄지는 신용평가 체계에서 비금융정보의 역할이 커지면 금융사들로서는 새로운 고객 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B는 굳이 돈을 버는 영역이라기 보다는 비정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역할”이라며 “새롭게 고객을 세분화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특정한 소득, 소비 수준을 가진 고객의 연체율이 이렇더라 같은 구체적인 통계를 낼 수 있게 된다면 은행업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예 대형금융사들과 핀테크들과의 ’연대‘도 빈번해질 전망이다. 특히 조직규모가 큰 은행으로선 모든 신사업 영역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서다. 분야별로 특화된 각각의 핀테크들과 제휴 관계를 맺고 공동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은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에만 매몰돼 정작 내부통제 관점을 놓칠 수 있다”며 “고객정보 보호에 관한 내부통제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의 최대 위협은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포털,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이다. 모두 대기업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광범위한 고객기반을 갖고 있다. 이들이 금융서비스에 진출할 경우 그 동안 인허가 보호막 아래 안주했던 기존 금융권들의 고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