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배달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 7000억원 가치로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필자는 누구보다도 이를 반겼다. 배민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쌓아 새로운 음식문화를 창조하는 데이터 기술기업이고 딜리버리히어로가 이 데이터의 미래예측능력에 4조 7000억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도 대박이 터진다는 신화를 써 낸 쾌거다.
반면 규제산업으로 알려진 운수산업에서는 승차공유앱 타다를 검찰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일명 타다금지법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머지 않은 미래의 택시는 자율주행차를 불러 타는 차량 렌털이고, 차량 렌털과 대리기사 알선을 결합한 타다는 미래의 운수모델의 예고판임에도 말이다. 택시 100년이 되었지만 택시는 이용데이터를 하나도 쌓지 않은 아나로그 산업이다. 타다는 데이터 기술기업이고 승객들의 이용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한 승차수요를 예측해 운수산업의 과잉공급을 줄일 지혜를 뽑아내 줄 미래기업이다. 결국 우리는 운수산업의 주도권을 웨이모 같은 해외 기업에 송두리째 내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구한말 쇄국정책으로 혁신의 기회를 놓쳐 나라를 일제에 빼앗긴 역사의 교훈을 잊었다. 우리 혁신기업들은 글로벌 선도기업과 싸우지 못하고, 정부의 규제와 싸워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놓치게 되면 그 사이에 글로벌 특허장벽이 수립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고, 투자시장도 얼어붙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혁신적인 실험을 시도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전통산업을 대변하는 낡은 규제가 혁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혁신기업들이 기존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이익집단이 반대하면 이를 민민갈등으로 보고 정부가 조정역할을 포기하고 만다.
정부는 혁신의 물꼬를 터 보겠다고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했으나 금지규제가 명확하면 임시허가를 내 주지 못하고 아주 제한적인 실증특례만 허용하는 한계로 인해 스타트업이 실증특례를 받았어도 투자유치를 하지 못하고 사업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데 규제불명확이 실증특례 사유라서 실증특례가 오히려 규제를 창설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필자는 포지티브식 규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노력없이는 우리는 미래산업도 데이터주권도 모두 해외에 ‘매각’하게 될 것을 진실로 우려한다.
규제가 혁신을 막는 방법은 3가지다. 기존 전통산업 규제를 혁신산업에 확장해 적용하는 것, 혁신산업에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는 것, 모든 정보는 개인정보라며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원이 혁신산업에 작은 부작용만 나타나면 뚝딱 규제입법을 발의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어떤 혁신모델이 미래로 가는 방향과 맞다면 이를 과감히 허용하고 실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가 정반대로 혁신의 걸림돌을 놓아서야 어떻게 우리의 미래가 주도권을 쥘 수 있겠는가.
그 결과 한국거래소 상위 20개 기업 중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 1개 뿐이다. 반면 글로벌 20위 기업은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려면 평균 7년이 걸린다고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에 혁신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새해에는 새로운 실험을 일단 해 볼 수 있게 하자. 혁신성장의 과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