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규제개혁·방법론도 문제
부정답변 62%…전년비 19%P 증가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비책에 대해서는 전년보다 긍정적인 답변이 많아졌다. 그러나 4차 산업 전환 기반 작업인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방향 설정은 맞지만 속도나 방법론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혁신성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41%,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답변이 32%였다. 부정 평가 중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19%, 약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2%였다. 긍정 평가 중에서는 매우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6%, 약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6%로 나왔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평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이번 설문 중 긍정적인 답변을 가장 많이 받은 항목이었다. 부동산이나 일자리 등 다른 정책들은 긍정 평가가 10% 안팎에 머무를 정도로 낮았다. 전년의 설문과 비교해봐도 4차 산업혁명 지원 정책은 긍정 답변이 크게 증가했다. 2019년 오피니언 리더 설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지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15%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41%였다. 작년에 보통으로 평가했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중간층’ 중 17%포인트나 긍정 평가로 움직인 셈이다.
여기에는 지난 1년간 3대 미래산업에 대한 재정투입 계획을 다듬는 등 청사진을 제시한 정부의 노력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포스트 반도체’격인 유망 신산업 빅(Big)3 활성화를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9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1조원이 투자되고, 바이오 정부 R&D 투자는 오는 2025년까지 연 4조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미래차에는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 등 수요 진작책과 더불어 2차 전지 핵심 기술 개발에 오는 2020년까지 4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코리아’를 내세우기도 했다. 데이터 개방을 확대해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고, 5G와 결합한 신산업·서비스 창출을 독려하겠다는 청사진도 설명했다. AI분야 규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포괄적 네이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전했다.
그러나 규제 개혁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들은 여전히 미진하다고 평가했다. 기업 투자, 공유경제 모델 도입,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분야의 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62%나 됐다. 규제 개혁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43%,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19%였다. 이는 정부 정책 평가 중 부동산 정책에 이어 부정 답변이 많은 항목이었다.
규제 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은 14%(대체로 긍정적이다)에 그친 가운데, 작년보다도 부정 평가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설문에서는 규제 개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16%(매우 잘하고 있다 2%, 약간 잘하고 있다 14%)였고, 부정 평가는 43%(약간 잘못하고 있다 29%, 매우 잘못하고 있다 14%)였다. 1년 새 부정적인 평가 비중이 19%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대비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개혁이 미진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혁신 잔혹사’가 이어졌다. ‘신사업 등장→기존 사업자의 반발→새로운 규제 창출→신사업 고사’가 정해진 순서처럼 반복됐다. 카풀 서비스가 등장하자 택시 업계의 반발로 하루 4시간의 제한이 생겼고, 카카오와 풀러스 등 업체들의 사업 철회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카풀 금지법’이란 비판을 낳았다.
운전자 알선 렌터카 서비스인 타다도 ‘타다 금지법’을 맞닥뜨리게 됐다. 관광 목적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운행일 때에만, 승·하차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에만 운전자 알선 렌터카를 서비스 할 수 있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기준으로는 현행 타다의 사업 모델은 불법이다.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기소까지 되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등은 “혁신과 신산업 생태계가 정부에 막혀 미래를 역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