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새누리당은 26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에서 법률안을 처리하려는 시도가 무산되자 정의화 의장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터뜨렸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정국 급랭을 감수하고라도 국정감사 실시 안건뿐 아니라 90여개 계류 법률안까지 처리해 한 달 가까이 공전한 정기국회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로 삼으려던 계획이 정 의장에 막혀 무산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 의장이 자신의 입장만 밝힌 채 본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발언권도 주지 않고 9분 만에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한 게 더욱 감정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정 의장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으며, 심지어 의장직 수행을 위해 잠시 새누리당 당적을 떠난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까지 추진키로 했다.
또 “의장 되고 180도 달라졌다”, “산회 날치기”, “폭거”라며 가시 돋친 발언이 쏟아졌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은 어제(25일) 오후 6시까지도 ‘반드시 법안처리를 할 테니 의원을 독려해서 과반이 꼭 참석하게 하라’고 했다”면서 “의장석에 올라갈 때까지 단 한 번도 귀띔해 주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 하며,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은 “정 의장은 의장을 시켜달라 애원할 때 하고 지금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 150여명의 인격을 모독한 행동을 여기 와서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 의장 내려오라고 하세요”라며 동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해진 의원은 “정 의장이 산회 방망이를 두드린 것은 날치기로 산회한 것”이라면서 “야당에 국회 마비의 중요한 책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부터는 의장도 중대한 책임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정 의장의 폭거를 그냥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을 추진키로 했다.
김희국 의원은 “아무리 호랑이라도 결정하기를 머뭇거리면 벌의 침보다 못하고,천리마도 갈까 말까 주저하면 늙은 말 걷는 것보다 못하다”며 법률안 처리 무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노근 의원도 “정 의장 본인이 본회의를 공고하고, 소집하고,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신뢰에 대한 반란이고 배반”이라면서 “정 의장이 무소속 신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감이 있었을 텐데 지도부에도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정 의장이 야당으로부터 (30일 법률안 처리를) 문서로서 보장받은 게 없고, 있다 해도 무의미한 것을 우리가 확인했지 않느냐”면서 “양 상황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지도부에도 불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완구 원내대표는 “간청하고 하소연하고 눈물로 호소했는데도 손바닥 뒤집듯 한마디 통지도 없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간 것은 곤란하다”면서 사퇴를 표명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의원들은 즉각 이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반대해 원내대표직은 계속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출 대변인은 “의회 민주주의에, 국회 운영에 조종이 울렸다”면서 “국회의 수장이 국회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근거를 빼앗아 버린 만큼 즉각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희 김동완 김한표 심윤조 윤명희 이채익 이헌승 의원 등 7명은 본회의장에 계속 남아 항의 농성을 벌였으며, 당내 초·재선 개혁모임인 ‘아침소리’도 정 의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유가족대책위 측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 부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세월호특별법 제정의 타결점을 찾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정작 새누리당은 지난 8월19일 2차합의안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언론에서는 ‘유가족대책위가 큰 양보를 했으니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하는 기대가 나오는데 저희가볼 때는 전혀 큰 양보가 없다”면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의 부여를 포기하는 전제 조건으로 여당 몫 특검추천위원 2명을 사전동의를 얻도록 협상한 데서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