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ㆍ이정아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인의 사면ㆍ가석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지난 25일 기재부 기자실에 예고 없이 내려와서다.
최 부총리는 전날(24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업인 사면과 가석방에 대해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이는 작심하고 얘기한 것이다. 정부 부처의 장관은 ‘이유 없이, 아무 때나’ 기자실에 오지 않는다. 이날 발언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한 형식이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에 대한 사면ㆍ가석방은 매우 예민한 이슈다. 법집행의 형평성 논란이 큰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누가 총대를 매느냐’도 중요하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최 부총리가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던진 건 경제에서 명분을 찾겠다는 뜻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보다 20조원 늘린 내년도 예산안 376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재정적자만 33조원을 넘어선다.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려놓고 보겠다는 판단이지만 실패하면 끝장이다.
벌써부터 재정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튀어나오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최 부총리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살려야 한다. 관건은 내수(소비+투자)의 회복이다. 그래야 이른바 ‘초이노믹스’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소비는 가계의 몫이지만 투자는 대기업들이 나서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기업 투자 심리는 최악의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지수는 2012~2013년 각각 2.8%, 1.3%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7월 설비투자는 3.5% 늘어 전달(-1.2%)의 감소세를 벗어났지만 아직 수치가 나오지 않은 8월에는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일반기계 수입물량, 수입금액지수는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4%와 21.2% 급감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최 부총리는 “경제부총리 입장에서는 투자가 활성화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요 기업인들이 계속 구속 상태에 있으면 아무래도 투자를 결정하는데 지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속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 CJ그룹, 태광그룹, 효성그룹 등은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투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의 기업인 사면 발언은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정부 내에) 그런 공감이 있는지는 아는 바 없다”고 얘기했지만 최 부총리 혼자 나선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일단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대통령께서는 대선공약으로 기업인 불관용 원칙을 천명했다”며 ”최 부총리로선 당연히 (사면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재벌회장을 사면하려는 로비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점점 불평등한 세상이 돼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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